[르포]"목이 칼칼, 잠도 못 자"…금호타이어 화재에 대피소 온 주민들
"마스크 썼는데도 머리 너무 아파" 185명 광주여대 체육관으로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에 대피한 주민들은 불안감 속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18일 오전 임시대피소로 운영 중인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체육관.
체육관에는 400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텐트가 설치됐다.
이곳에서는 185명(100세대)이 화재로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오늘 지낼 거처를 고민하느라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주민들은 공무원들에게 "대피소는 언제까지 운영되느냐", "개인 병원 진료나 볼일을 보러 나갔다 와도 되느냐"고 연이어 질문했다.
아침 식사를 위해 도시락을 챙기던 이 모 씨(78·여)는 "잠자리도 불편하고 마음이 심란해서 자다 깨다 했다"며 "마스크를 쓰고 버티다 도저히 안 돼서 대피소로 왔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에도 집에서 밤을 지낸 뒤 몸 상태가 나빠 대피 신청을 위해 찾아온 주민들이 이어졌다.
신정숙 씨(70·여)는 "화재 냄새를 맡으며 자니 머리가 아팠다"며 "베란다 유리와 차 유리가 모두 새까맣게 그을려 택시를 타고 대피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대피소 곳곳에서는 전날 급박했던 상황을 되새기며 가족, 지인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화가 이어졌고 많은 주민들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피로감을 드러냈다.
한편 광산구청 직원들과 자율방재단 봉사자들은 도시락 상자와 생수를 옮기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피소 한쪽에는 재난피해자 상담을 위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도 마련돼 있었다.
노한복 광산구자율방재단 회장(67)은 "고령의 주민들이 화재 여파로 목과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며 "최대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전 7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불이 나 이틀째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화재로 20대 근로자 1명과 소방대원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오전 8시 기준으로 전체 화재 진화율은 80%에 도달해 소방당국은 이날 중 불길을 잡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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