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 참석 저지당한 안창호…박승춘 이후 9년 만
보수정권 두 번째 인사로 기록
- 박준배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정부의 공식 행사인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저지당했다. 보수 정부 인사 중 두번째다.
정부 고위 인사가 시민단체 반발로 5·18 기념식장에서 쫓겨난 건 2016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이후 9년 만이다.
안창호 위원장은 18일 오전 9시 35분쯤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위해 국립 5·18민주묘지에 도착했으나 오월 단체와 유족,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안 위원장이 민주의 문을 넘어 보안대 앞으로 가자 시민들은 "내란 세력은 5·18을 욕되게 하지 말라"면서 입장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거센 몸싸움이 일어 일부 유족은 바닥에 쓰러져 밟히고, 보안대 시설물이 밀려나는 등 소동을 빚었다. 10여 분간의 대치 끝에 안 위원장은 기념식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오월 단체들은 "안 위원장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내란을 주도한 세력들을 비호하는 등 국립 5·18민주묘지에 발 디딜 자격이 없다"며 안 위원장의 기념식 참석을 반대해 왔다.
특히 전날 안 위원장이 경찰청 본청에 구두로 '5·18 기념식 참석'을 위해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이 알려지며 분노를 샀다. 역대 신변 보호 요청은 안 위원장이 처음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념식 참석 불발 후 입장문을 내 "오늘 추모식에 참여하려 하였으나 입장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정부 인사가 저지당한 건 2016년 제36주년 5·18 기념식 당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처음이다.
당시 박 처장은 황교안 총리 등과 함께 기념식장을 찾았지만, 5·18 유가족들이 박 처장을 가로막아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유족들은 박 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데 대해 항의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기념일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지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참석자가 다 같이 부르며 제창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인 2008년 기념식에 참석해 함께 노래를 불렀으나 보수단체의 반발과 공식 기념곡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듬해인 2009년부터 합창 형식으로 바꿨다.
오월 단체와 시민사회, 정치권을 비롯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기념곡 제정을 꾸준히 요구했으나 박 처장은 2011년 취임 후부터 6년간 제창을 불허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부터는 3년 연속 보훈처 주관으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되는 공식 기념식에 '오월 단체' 등이 불참하며 '반쪽 행사'로 치러지는 등 파행이 거듭됐다.
박 처장은 "기념곡 지정과 제창 문제는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 만큼 국민의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박 처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다시 제창됐고 박 처장과 질긴 악연은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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