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화재 주불 진화…연기·분진에 시민들 고통(종합)
공장 내 20여곳 '도깨비불' 남아, 직원 1명·소방대원 2명 중경상
임시대피소 19일 오전까지 운영…106세대 대피, "힘겨웠던 주말"
- 최성국 기자,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승현 기자 =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32시간 만에 주불 진화에 성공, '완진'에 다가섰다.
당국은 18일 공장 내부 20여 곳에 퍼져 있는 '도깨비불'을 잡는 대로 완진 판단을 내리고, '재발화 감시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18일 광주소방에 따르면 전날(17일) 오전 7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불이 났다.
불은 광주공장 2공정동의 타이어 기본재료를 혼합하는 정련공장 내 오븐 장치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 보관 중이던 생고무 20톤에도 불이 붙으면서 초대형 연기 구름이 끝없이 생성되며 광주 도심을 가득 메웠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하루에 타이어 3만3000본을 생산한다.
소방은 순차적으로 대응 1·2단계를 발령하고 전날 오전 10시를 기해 국가소방동원령으로 격상했다.
462명의 인원에 대용량포방사시스템 2대, 고성능 화학차와 헬기 각 10여대 등 168대의 장비가 현장에 투입됐다.
서쪽 방면 2동 공장에서 난 불은 타이어 완제품이 가득 적제된 1동으로 확산할 위기도 있었지만, 소방당국의 밤샘 대응에 확산되지 않았다.
화재 당시 근무 중이던 400여 명의 직원은 무사히 대피했지만 20대 직원 1명이 대피 도중 추락해 중상을 입고 40분 만에 건물 내부에서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화재 건물은 압축열에 3차례 붕괴되는 추가 피해도 발생, 이 과정에서 소방대원 1명은 안면부에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른 소방대원 1명은 후두부에 1도 화상을 입어 치료받았다.
화재는 발생 이틀째인 이날 오후 2시 50분쯤 진화율이 95%에 도달했다. 불이 시작된 지 약 32시간 만이다.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해제하고, 대응 1단계로 하향했다.
당국은 공장 내부 20여 곳에 남은 '도깨비불'을 끄기 위해 중장비로 진입로를 확보하는 중이다. 소방 관계자는 "진입로 확보가 마무리되면 펌프차를 동원해 장거리에서 진화할 예정으로, 이날 중 완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화재가 완진되더라도 고무에 붙은 특수화재는 2~3일간 연기가 이어질 수 있다.
해당 화재로 2동의 전체 면적 14만㎡ 중 절반가량인 7만㎡가량을 소실시킨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재산 피해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조사에 착수했다.
광주 도심을 가득 메운 검은 연기는 광주 시민들의 주말을 반납하게 만들었다.
주말 동안 당국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창문 단속, 마스크 착용,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안전 문자를 거듭 발송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시간대별 대기질 측정에서 '유해화학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광산구에 거주하는 50대 박 모씨는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 지인들에게 안부전화가 걸려 왔다"며 "전국에서 동원돼 진땀을 흘렸을 소방대원들은 물론 집에 머무르며 화재 걱정을 했던 시민 모두가 힘들었던 주말이었다"고 말했다.
공장과 인접한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광산구가 광주여대 체육관에 마련한 '임시 대피소'에서 하루를 꼬박 지새웠다. 이날 낮 12시 기준 누적 대피소 입소자는 106세대 197명이다. 이날 오후 3시를 기준으로는 80세대 147명이 임시 대피소에서 머무르고 있다.
신정숙 씨(70·여)는 "화재 냄새를 맡으며 자니 머리가 아팠다"며 "베란다 유리와 차 유리가 모두 새까맣게 그을려 택시를 타고 대피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광산구는 임시대피소를 19일 오전 9시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검은 연기에 건강 이상을 호소하거나 주차 차량과 거주지 분진 피해 등 2차 피해를 당했다는 민원도 속출했다.
광산구 민원실에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대형 화재와 관련해 민원실에 시민들의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분진과 검은 연기의 여파로 눈과 목이 따갑다, 두통이 심각하다 등의 건강 관련 민원이 대부분이었다. 공장 화재로 인한 불안감에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민원도 있었다.
불에 탄 고무 분진이 상공으로 상승했다가 떨어져 거주지 창문과 주차 차량에 피해를 입히는 2차 피해도 발생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분진은 바람을 타고 광산구 전역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은 "화재로 인한 주민 피해, 2차 피해 문제는 원칙적으로 금호타이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민원 해결을 위해 사측과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 보상 문제는 금호타이어의 내부적 논의가 필요한 상태"라며 "현 상황에서는 도로 청소와 주변 환경 정리에 집중하고 금호타이어가 내부 논의를 마치는 대로 다시 대화를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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