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타 화재 대기질 '매우 나쁨' 늑장공개…시민안전 뒷전 '논란'
광주시 '양호'는 알리고 '나쁨'은 쉬쉬…기준치 2배 초과
광산구 오염도 공개 요구에 침묵…재난문자도 '떠넘기기'
- 최성국 기자,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승현 기자 = 77시간 동안 지속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기간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4시간 동안 대기질이 '나쁨' 이상을 보였지만 광주시가 이 사실을 늑장공개해 논란이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한때 '매우 나쁨' 기준치를 2배 이상 초과했지만 재난문자도 기초 지자체에 떠넘기며 보내지 않아 시민들의 안전에 뒷짐을 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시가 21일 오후 공개한 '보건환경연구원의 금호타이어 화재 관련 대기오염도 측정 결과'에 따르면 주불이 잡힌 다음 날인 지난 19일 오전 11시부터 대기질 농도가 높아졌다.
오후 1시부터는 미세먼지 농도가 180㎍/㎥, 초미세먼지는 124㎍/㎥까지 치솟았다. 미세먼지 농도는 △81㎍/㎥~150㎍/㎥ 나쁨 △151㎍/㎥ 이상 매우 나쁨, 초미세먼지는 △36~75㎍/㎥ 나쁨 △76㎍/㎥ 이상 매우 나쁨 수준을 나타낸다.
환경부는 나쁨을 '환자군 및 어린이, 노약자 등에게 유해한 영향 유발, 일반인도 건강상 불쾌감을 경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매우 나쁨을 '급성 노출 시 심각한 영향 유발, 일반인도 약한 영향이 유발될 수 있는 수준'으로 구분한다.
오후 시간대는 미세먼지 농도는 대다수가 150㎍/㎥를 넘겼고,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90㎍/㎥ 이상을 보였다.
대기질 농도는 모두 '나쁨~매우 나쁨' 수준을 보인 셈이다.
이날은 잔불덩이 200여 개가 추가로 발견돼 연소하면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했다. 현장 붕괴 우려에 소방대원까지 대피하며 진화 작업도 난항을 겪어왔다.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고통스러워했고, 두통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민원도 속출했다.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 시간대는 대기질 농도가 최고치를 찍었다. 오후 8시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227㎍/㎥까지 오르며 '매우 나쁨' 기준치인 150㎍/㎥를 80㎍/㎥ 가까이 초과했다.
이후 약한 비와 함께 계속된 진화 작업으로 잔불이 잦아들면서 수치가 일시적으로 낮아졌다가 20일 오전 4시를 기해 초미세먼지 농도는 164㎍/㎥까지 재차 올라갔다.
이 역시도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 기준치(76㎍/㎥)를 2배 이상 초과한 수치다.
19일 오전 11시부터 20일 4시까지, 시간별 측정에서 대기질이 '나쁨' 이상을 보인 건 14차례에 달한다.
그러나 광주시는 17일 화재 직후부터 대기 중에서 오염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거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안전 재난 문자를 통해 수치를 공개하거나 주의할 것을 공지하지도 않았다.
특히 20일 오후에서야 대기오염도 공개를 거듭 요구해 온 광산구에 이같은 내용을 알리면서 재난 문자 초안을 써 보냈고, 안내 주체 역시 '광산구'로 표기하며 책임을 떠넘겼다.
광산구는 주민 혼란을 야기하는 점 등을 우려해 해당 초안을 시민들에게 발송하지 않았다.
시는 21일 오후 6시쯤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화재 발생 나흘 만이다.
시 관계자는 "내부에서 그 부분을 어떤 식으로 공개할지 결정되지 않았었다"고 답했다.
시는 화재 현장 정문에 이동식 대기오염물질 측정 차량을 배치해 대기질 농도를 측정해 왔다.
지난 17일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는 사흘 만이자 77시간 만인 20일 완전 진화됐다.
전날까지 시민 누적 피해는 총 4147건(2405명)으로 두통·기침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인적 2296건, 분진 피해 등 물적 1448건, 기타 403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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