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제목 '내란' 들어갔다고…서울 공기관 허가→취소→허가 '소동'
행사 나흘 전 취소 안내했다가 반발 나오자 다시 허가
박구용 전남대 교수 "내란 아직 끝나지 않아"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광주 한 대안학교가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를 초청한 강연을 서울시 공공기관에서 준비했으나 강연 제목에 '내란'이 들어갔다며 대관을 취소당하는 등 소동을 겪었다.
23일 광주 지역 대안학교인 지혜학교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 4월 17일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시스템을 통해 5월 24일 서울공예박물관 강당을 예약했다.
'교육 대전환'을 주제로 박구용 교수를 초청해 대통령 탄핵 이후 내란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교육이 어떻게 성찰해야 하는지 강연을 듣는 행사를 마련했다.
대관료 19만 원도 납부한 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박물관측으로부터 확정 공문도 받았다.
그러나 행사를 나흘 앞둔 지난 20일 박물관측은 박물관 자체 행사 때문에 강당 사용이 어렵다고 이메일로 안내했다.
박물관 측은 "정치적인 목적의 대관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강연 제목인 '내란을 넘어서는 교육'은 정치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고 대관 신청시 의도적으로 거짓 제목으로 신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문자메시지로 안내했다.
지혜학교 관계자는 "내란이라는 단어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단어도 아니고 사회 현상에 대한 강연을 듣겠다는데 이를 특정 정치적 의사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며 박물관측 판단이 더 정치적이라고 반발했다.
논란이 일자 박물관 측은 학교 홈페이지와 SNS 등에서 '내란' 등 정치적으로 판단될 수 있는 단어만 제외하면 강연을 허용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박물관 관계자는 "내부 논의 끝에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는 문구만 일부 수정해 주면 대관을 허용하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혜학교측은 행사 여부와 관계 없이 향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서울공예박물관측의 이같은 대관 번복 결정에 대한 인권 침해 판단 여부를 의뢰할 예정이다.
박구용 교수는 취재진에 "아직 내란이 끝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다. 아직도 내란을 내란으로 보지 않으려는 이들이 헌정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시장 눈치를 보느라 이같은 일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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