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 좋은 女가 싫었다" '묻지마 폭행' 저지른 은둔형 외톨이 男[사건의 재구성]
평소 여성에 대한 패배감·열등감 갖고 있어
"생면부지 피해자 야구방망이로 가격…죄질 나빠" 징역 7년
- 양희문 기자
(고양=뉴스1) 양희문 기자 = "여자로 태어났으면 힘들게 안 살았을 텐데…."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20대 남성 A 씨는 지난해 9월 검찰 조사에서 황당한 말을 꺼냈다. 여성은 아이를 낳을 수 있으니 세상으로부터 존귀하다고 여겨지는데 남성은 가만히 있으면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여성에 대한 패배감과 열등감을 갖고 살아왔다고 진술했다.
그가 작성한 일기장에도 "성격이 여자였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았다" "예쁘고 잘 꾸미는 여자, 몸매 좋은 여자에게 질투를 느끼며 충동적인 짓을 했다" "남자는 힘든 티를 내면 안 돼? 반면 (여자들은) 여자니까 다 돼. 뭘 해도 돼"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A 씨가 구속된 이유도 여성 혐오 감정이 범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해 8월 19일 경기 파주시 야당동에서 40대 여성 B 씨를 상대로 묻지마 폭행을 저질렀다. 길가에서 처음 본 B 씨를 뒤따라가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폭행했다. B 씨가 옷을 잘 차려입은 모습에 화가 났다는 게 A 씨의 범행 동기였다.
A 씨는 은둔형 외톨이였다. 그는 가족들과도 마주치기 싫어 방안에 소변기를 따로 마련해 둘 정도로 홀로 지냈다. 학교생활도 적응하지 못해 자퇴를 반복했고, 친형과 동반 입대한 군대에서도 3일 만에 퇴소 조처됐다. 이는 그가 왜곡된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A 씨를 상대로 진행한 임상심리평가를 통해 범행 배경 중 하나로 '고립된 생활'을 꼽았다. A 씨가 고립된 생활을 지속하며 정보를 오해석해 받아들였고, 성별에 따른 자신만의 왜곡된 논리를 공고화해 이성에 대한 혐오 감정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가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범행까지 이어졌다고 봤다.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는 A 씨가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볼 때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A 씨가 B 씨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점, A 씨가 범행 전 인터넷에 '묻지마 살인' 등을 검색한 점을 비춰 보면 살인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는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보고, 사회로부터 격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잘 꾸민 듯한 여성인 피해자의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화가 난다는 이유로 생면부지의 피해자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수회 가격했다"며 "범행 동기가 불량하고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범행 대상을 무작위로 골라 공격하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범죄는 불안과 공포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 씨 측은 1심 판결에 불복,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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