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절반 세계 50위권 대학 보낸 국제학교…강남 아닌 이곳에
[NLCS 제주를 가다㊤] 영어교육도시 시작 알린 15년차 국제학교
-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 남서쪽 서귀포시 대정읍에는 1만 2000여 명이 활동하는 2.9㎢의 작은 숲속 도시가 있다. 외화 유출과 '기러기 아빠' 등 조기 유학 증가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2008년부터 조성한 '제주영어교육도시'다.
현재 이곳에는 4개의 국제학교가 들어서 있다. 사립인 '노스 런던 칼리지 에잇 스쿨 제주'(NLCS Jeju)와 '브랭섬 홀 아시아'(BHA), '세인트 존스 베리 아카데미 제주'(SJA Jeju), 공립인 '한국국제학교 제주'(KIS Jeju)가 그곳이다. 모두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통합 과정을 운영하는 남녀 공학 기숙학교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2011년 9월 국제학교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NLCS 제주'다. NLCS 제주는 175년 역사와 전통을 지닌 영국 명문사학 'NLCS UK'의 해외 첫 분교로,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있는 국제학교 가운데 매년 가장 많은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개교 이래 졸업생만 1078명에 달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대학 진학 성과다. 매년 이곳 졸업생 절반은 영국의 대학 평가기관 'QS'가 선정하는 세계 대학 랭킹 50위권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ICL,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스탠퍼드대, UCL 등 10위권 대학 진학생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그간 10위권 대학 진학생 수만 178명이다.
최근 진학 성과를 보면 오는 6월 졸업을 앞둔 NLCS 제주 학생 123명이 총 567건의 대학 합격 오퍼를 받았다. 그중 10위권 대학 합격 오퍼 수는 17개, 50위권 대학 합격 오퍼 수는 197개, 100위권 대학 합격 오퍼 수는 316개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전체의 51%(292건)는 미국계 대학, 34%(194건)는 영국계 대학 합격 오퍼였다.
NLCS 제주는 이 같은 성과에 3가지 강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는 우수한 IBDP 성적이다. IBDP는 전 세계 160여 개 국가 5900여 개 학교가 채택하고 있는 국제 공인 교육과정 'IB'의 고등학교 과정으로, NLCS 제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5년(2020~24년) 연속 전 세계 상위 1% 수준 IBDP 성적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만점자 2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IBDP 만점자는 해마다 2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학교 9학년부터는 맞춤형 진학 지도가 이뤄진다. NLCS 제주의 모든 학생은 글로벌 대학 진학 상담 전문가로 구성된 UGC 팀의 도움으로 각자 희망하는 전공 또는 대학에 대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목표에 따라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1대 1 상담 세션이 그 중심이다.
190개가 넘는 교과 외 프로그램도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다. 학생들이 음악, 예술, 봉사, 스포츠, 과학 등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감과 문제 해결 능력, 협력 정신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식이다. 글로벌 교류도 왕성하다. 현악 앙상블의 경우 작년 11월엔 호주에서 콘서트, 올 2월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NLCS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해리 쏘링턴 NLCS 제주 음악 교사는 "NLCS 학생이 된다는 것은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풍성한 기회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학생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루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NLCS 제주는 최근 서울 강남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늘고 있는 '유사 국제학교'와는 엄연히 다르다.
비인가·미인가 국제학교로 불리는 유사 국제학교는 사실 학원법에 근거해 설립된 사설 학원이다.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 형태의 시설을 운영한다면 명백한 불법이다.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곳은 △초·중등교육법상 국·공·사립 학교와 대안학교, 외국인 학교 △제주특별법상 제주국제학교 △외국교육기관법상 외국교육기관뿐이다.
일단 '학교'가 아닌 탓에 교육 당국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유사 국제학교는 평가 과정이 비교적 느슨한 해외 비영리 기관·단체로부터 학력 인증을 받는다. 해외 대학 입시 과정에서는 '학교'로 인정받을 수도 있어서다. 이후 이들은 국제학교에 비해 저렴한 학비와 조기 영어 교육, 높은 접근성 등을 내세우며 학생들을 모집한다.
그러나 유사 국제학교에선 교육의 질은 보장하기 어렵다. 운동장, 체육관, 과학실 등 기본적인 인프라 부재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재정 구조나 교사 자격 기준, 안전·방역 관리 등 운영 전반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이다. 실제 경남(2019년)과 인천(2024년)에서는 갑작스러운 폐교로 인해 학생 수십 명이 '교육 난민'이 되는 일도 있었다. 정부 차원의 대응은 2014년 '전국 미인가 대안 교육시설 특별점검' 이후 전무한 실정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학부모들에게 제주국제학교의 경우 제도권 안에서 국내외 학력 인증을 받고 세계 최고 수준 시설·교사·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누구나 언제든 입학 가능하고, 영어가 익숙지 않은 학생들에게 EAL 프로그램을 제공해 수업 적응을 돕고 있는 점도 피력하고 있다.
특히 NLCS 제주의 경우 향후 동북아시아 교육 허브로의 도약도 기대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17개국 100개 이상 학교를 운영하는 영국계 글로벌 교육그룹인 코그니타 홀딩스가 NLCS 제주를 인수하고 있어서다. 코그니타 홀딩스는 교육청 설립자 변경 승인이 이뤄지는 대로 NLCS 제주를 인수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JDC 관계자는 "영어 교육이나 해외 커리큘럼만을 고려한 근시안적 판단은 경계해야 한다"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폭넓은 경험, 신체활동 등이 포함된 전인 교육 과정, 그리고 안전하게 그 권리를 보호받으면서 유년 시절을 보내는 것이 학교 선택에 있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JDC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mro1225@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