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뉴스1) 유승훈 기자 = “고립·은둔 청년들에겐 소소하지만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필요합니다. 당사자들은 번거롭게 느끼죠. 주변에선 ‘그걸로 변화가 있겠어?’란 부정적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작은 변화에 도전하는 고립·은둔 청년들에 대한 응원이 이들의 사회복귀에는 큰 힘이 됩니다.”

고립·은둔 청년들의 사회복귀를 지원 중인 전북자치도 사회서비스원 이희범 팀장이 현장 경험을 중심으로 한 말이다.

최근 정부와 전국 지자체들은 고립·은둔 청년들의 사회복귀를 위해 많은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희범 팀장은 일상생활 회복 등 단계별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는 정책보다 지속적 관심에 의한 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확대·지속되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15일 전북자치도 사회서비스원이 인용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비율은 5.2%(임신·출산·장애 제외)에 달했다. 2022년 2.4% 대비 2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이런 가운데 전북사회서비스원 청년미래센터의 맞춤형 ‘고립·은둔 청년 사회복귀 지원’ 프로그램이 대상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북사회서비스원 자체 개발 프로그램으로 전국적 관심을 얻고 있다.

센터는 대상자의 초기 상담 후 상황 및 유형에 따라 전문상담기관 연계 또는 필요 욕구에 의한 맞춤형 프로그램(고립 및 은둔형)을 제공한다. 가족들에 대한 심리지원 및 교육도 병행한다. 프로그램은 사회관계 회복, 자기 회복 등으로 구분된다. 프로그램 종료 2년 후까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실시된다.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정도가 심하거나 대면 방문이 어려운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전, 나의 하루’란 미션이 있다. 참여자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돕는 ‘미션 챌린지 키트’가 제공된다. 매일 감사 일기 쓰기, 개인 공간 정리 등의 미션으로 일상 회복에 도움을 주고 ‘내가 사랑하는 것 찾기’ 등 특별 미션을 통해 상호 교류 활동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의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평가된다. 은둔 청년으로 발굴된 A씨(28)는 “매일 이불도 정리하고 영양제도 먹는다. 루틴이 형성되니 계속 일정하게 돼 너무 좋다”며 “처음엔 시키는 대로 해서 귀찮았지만 (미션을)하다 보니 루틴이 돼 너무 좋았다. 재밌다. 늘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또 어려움도 느꼈지만 계속하고 싶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고립 청년으로 분류된 B씨(30)는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일기를 써봤다. 매일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다보니 매일 감사한 것을 찾게 되고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영양제 챙겨먹기, 장봐서 직접 만든 음식 먹기 등 다양한 작은 실천들이 나를 점점 밝게 만들었다. 내가 스스로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사회관계 회복을 위한 ‘함께하는 행복밥상’ 프로그램의 호응도 크다. 음식을 함께 조리해 나눠먹고 식재료 키트를 제공해 가정에서도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매월 선정도서를 매개로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고 타인과의 소통 기회를 제공하는 ‘옹기종기 책모임’오 인기다. 일상생활 촉진을 위한 ‘일상 속으로. 탈출 성공기’는 대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다.

서양열 전북사회서비스원장은 “청년 고립·은둔은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라며 “청년이 꿈꿀 수 있어야 사회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수 있다.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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