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직장 정리하고 20대에 시작한 '청년식당'…10년 이어간 비결은?
[지방지킴]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백수의찬' 정한나 대표
- 임충식 기자, 신준수 기자
(전주=뉴스1) 임충식 신준수 기자 = "3년만 해보자고 했던 게 벌써 10년이 됐네요. 처음엔 용돈이나 벌자고 시작했는데, 지금엔 저만의 브랜드가 됐어요."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는 5평 크기의 작은 식당 하나가 있다. 야외 테이블을 포함해도 최대 20명 정도의 손님만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대표 메뉴는 김치돈가스나베다. 덮밥과 우동도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여기에 계절마다 제철 재료를 활용한 신메뉴도 맛볼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식사 때가 되면 이곳은 늘 북적인다. 자주 한참 줄을 서야만 한다. 지금은 청년몰이 아닌 남부시장을 대표하는 식당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바로 '백수의찬'의 이야기다. 전북자치도 전주시 남부시장 청년몰에 자리 잡은 이 식당의 대표는 정한나 씨(37)다. '백수의찬'이라는 이름은 친구가 직접 만든 음식을 찍어서 올리는 SNS 이름에서 따왔다.
지난 25일 정오께 찾은 '백수의찬'은 예상대로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식당 안은 기다림 끝에 음식을 받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곳곳에서 "맛있다"는 감탄사도 나왔다.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도 있었다.
백수의찬이 남부시장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2016년이다. 당시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잠깐 쉬자는 마음으로 고향 전주에 내려온 정 씨에게 친구가 청년몰 창업을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래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에 나선 정 씨는 34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지금의 백수의찬을 열게 됐다.
정 씨는 "처음엔 딱 3년만 용돈을 벌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장사가 올해로 10년째가 되고 있다"면서 "백수의찬이라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재미와 보람이 커지면서 지금까지 운영하게 된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시작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남부시장은 한옥마을과 가까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여기에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도 많다. 이런 이유로 손님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월 8만 원에 불과한 저렴한 임대료도 그에게는 큰 힘이 됐다.
정 씨는 청년몰의 활기찬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비슷한 또래의 청년 창업자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 청년몰에서 오픈한 매장끼리 서로 협력하면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했던 일은 아직도 정 씨에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는 "우리가 입점했던 자리는 경쟁률이 34대 1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청년몰에 대한 관심도 높아 손님도 많았다"면서 "특히 청년 사업자끼리 서로 협력하고, 연예인 초청 행사 같은 큰 이벤트도 직접 기획할 정도로 활기찼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청년몰은 점차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정 씨는 "청년몰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고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손님이 확 줄어들었다. 그때가 장사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이었다"면서 "빈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버티기가 생각보다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힘든 상황이라고 해서 의기소침해 있을 수만은 없었다. 꾸준히 메뉴도 출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도 하면서 고객과의 연결을 이어가려고 노력했다”면서 “특히 잊지 않고 찾아와 준 단골손님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려운 시기지만 제법 잘 버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년몰에 대한 안타까움도 털어놨다. 예전같은 분위기를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게 정 대표의 바람 중 하나다.
그는 "요즘은 각자 살아남기 바빠서 예전처럼 공동체적인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 그게 좀 아쉽다"면서 "청년몰이 과거처럼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청년몰 내 사업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과거처럼 머리를 맞대서 기획하고 협력하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포부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정 대표에게 이제 백수의찬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식당이 아닌 자신만의 브랜드다. 그만큼 책임감을 느낀다. 청년몰 활성화를 위해 성공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다. SNS를 활용해 꾸준히 가게를 홍보하는 데 주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년 전부터는 직접 개발한 ‘된장고기우동’ 밀키트 제품도 출시하는 등 사업영역도 넓히고 있다.
정한나 씨는 "비록 작은 가게지만 제 이름을 걸고 만든 브랜드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성실히 가게를 키워가고 싶다"며 "내 브랜드를 더 알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가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편 전주시는 지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문전성시' 사업에 선정되면서 남부시장 2층 공간에 청년몰을 조성했다. 전주남부시장 청년몰은 한 때 30곳 이상의 점포가 운영됐으나, 현재는 18곳만 운영 중이다.
94chung@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 지방 소멸을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든든한 이웃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