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 가로지르는 동서고속화철도…양구 주민들 "교량화" 요구
- 이종재 기자

(양구=뉴스1) 이종재 기자 = "논밭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이 철도가 지나가면 우린 먹고 살길을 잃게 됩니다."
강원 양구군 국토정중앙면 야촌리·용하리 주민들이 21일 동서고속화철도 제4공구 구간 교량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구간은 성토(흙을 쌓아 철로를 높이는 방식)로 설계된 철도가 마을 주민 대부분이 생계를 이어가는 경작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게 설계됐다. 길이 약 355m, 높이 최대 14m에 달하는 이 흙더미는 주민들에게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논과 밭, 그리고 삶을 끊는 벽'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수십 년 농사만 지으며 살아온 우리에게 경작지를 건너던 길 하나 막히는 일은 한 계절, 한 해 농사를 잃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용하리와 야촌리 주민들은 이 철도 설계 초기부터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이에 군과 주민들은 지난 2020년부터 국가철도공단, 기재부, 국토부 등에 20차례 이상 성토 구간 교량화를 건의했고, 작년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도 제출했다.
그러나 해당 철도는 경작지 한가운데를 '높은 흙둑'으로 관통할 계획이다. 국가철도공단은 '교량화시 추가 사업비가 소요되며,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할 경우 교량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군은 현재 교량화 타당성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통행권, 경관, 농업생산 활동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재검토해 국비 지원의 타당성을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수연 야촌리 이장은 "마을은 안 잘라서 괜찮다고 하지만 논밭이 끊기면 마을도 함께 무너진다"며 "밭이 곧 생활이고, 논이 곧 생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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