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인출" 표정에 보이스피싱 직감…제천 농협 은행원의 촉
신백지점 박옥수씨, 80대 노인 5000만원 지켜…경찰 감사장
김태경 제천서장 "60대 이상 노인에 접근 많아, 각별한 주의"
- 손도언 기자
(제천=뉴스1) 손도언 기자 = 충북 제천의 한 80대 노인이 보이스피싱 사기에 수천만의 피해를 당할뻔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농협 직원의 끈질긴 설득과 예리한 눈썰미로 80대 노인은 평생 모았던 돈을 지켰다.
4일 충북 제천 농협 신백지점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10시쯤 신백동에 사는 A 씨(80대)가 급하게 농협 창구를 방문했다.
A 씨는 농협 직원에게 "좋은 땅이 나왔는데, 땅을 구입해야 한다"며 현금 5000만 원 인출을 요구했다.
농협 직원 박옥수 씨(47·여)는 A 씨에게 웃으면서 "땅을 구입하려면 계좌이체를 하는 게 좋지 않냐"고 권유했지만, A 씨는 찡그린 표정을 지으며 "현금으로 빨리 달라"고 재촉했다.
박 씨는 일단 현금 5000만 원을 A 씨에게 건넸지만 걱정스러웠다.
박 씨는 돈을 건네고 10분 뒤, A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계속 '통화 중'이라는 말만 나왔다. 걱정이 수상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박 씨는 업무를 잠시 동료 직원에게 맡겨두고 다급하게 A 씨 집으로 향했다. A 씨는 집에서도 누군가와 계속 통화 중이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경찰 등과 통화하지 못하도록 A 씨와 계속 통화를 이어간 것이다.
농협 직원이 집까지 찾아왔지만, A 씨는 끝까지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농협 직원이 집을 나설 무렵, A 씨는 "오늘(23일) 아침에 우체국에서 카드가 발급됐다고 했는데…"라며 혼잣말로 얘기했다. A 씨는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지만, 박 씨에겐 크게 들렸다. 이 말을 듣고 보이스피싱이라고 직감한 박 씨는 A 씨의 한마디에 바로 112에 전화를 걸어 상황설명을 했다.
박 씨는 "80대 어르신의 휴대전화를 동의하에 번호 내역을 살폈는데, '국제전화입니다'라는 발신 번호만 여러 건 포착됐다"며 "결국 경찰관들이 집에 오고 나서야 어르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한 것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A 씨는 농협 직원, 경찰관들과 함께 농협으로 가서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넘겨질 뻔한 현금 5000만 원을 다시 입금하고 귀가했다.
제천경찰서는 4일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기여한 농협 직원 박 씨에게 감사장과 공로자 보상금을 수여했다.
김태경 제천경찰서장은 "최근 보이스 피싱 피의자들이 60대 이상의 고령 피해자를 상대로 '유출된 개인정보로 카드가 발급됐다'고 접근한 뒤 돈을 가로채고 있다"며 "보이스피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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