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학대' 울산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점검 회의록 살펴보니
인권지킴이단, CCTV 열람 완화·인권강사 인력 부재 등 지적
코로나19 시기 인권점검 운영 못하는 등 '인권보호 무방비'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울산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학대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커진 가운데, 시설 내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인권지킴이단'의 지적이 몇차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뉴스1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A 재활원 인권지킴이단의 최근 5년간 회의록(2020~2024년)을 확보했다.
A 재활원의 학대 정황이 처음 드러난 건 지난해 10월 31일 한 거주인이 갈비뼈 골절을 당하면서다. 인권지킴이단은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11월 27일 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는 생활지도원 B씨를 가해자로 일관되게 지목해 “화장실에서 발로 찼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화장실은 폐쇄회로(CC)TV 영상의 사각지대였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B씨는 처음에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가, CCTV 영상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B씨가 다른 거주인에게도 학대한 사실이 발각되자 뒤늦게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 7일부터 한 달간 녹화된 영상에서 생활지도원 20명이 거주인 29명을 상대로 수백건의 학대를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인권지킴이단 단원은 “이전 인권지킴이단 회의 시 CCTV 모니터링을 요청한 바 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인권침해로 인해 시설에서 거주인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며 "인권지킴이단에서 수시로 요청 시 언제든지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2년 전 열린 2022년 7월 회의에서도 한 단원이 인권지킴이단에서 요청할 경우 CCTV 열람이 가능한지 건의하자, 시설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시설 내 CCTV 규정에 따라 안전사고, 인권침해 등 명확한 사유에만 열람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후 조치 기능에 가까웠던 CCTV 열람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또 장애인 180여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거주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설 내 전문 인권 강사 인력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3월 회의록에 따르면 시설 내에서 인권 교육 수료를 받은 직원이 거주인들의 인권 교육을 진행해 왔으나, 지침이 개정되면서 시설 내 강사 교육 지원이 불가능해졌다.
특히 지적발달장애인의 행동 특성상 거주인들 사이에서도 신체적 폭력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에는 거주인 간 다툼으로 인해 갈비뼈 골절로 인한 비장 출혈 등 응급 상황도 발생했다.
인권지킴이단조차도 코로나19 시기에는 아예 운영을 못했거나, 인권 점검에 외부단원만 참여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2월 한 단원은 "대규모 시설로 1명당 많은 인원수를 점검해야 하는 상황으로 단원의 심적 부담감이 크고 예산 지출 등 어려움이 있다"고 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인권지킴이단의 실효성이 코로나19 이후으로 약해지면서 장애인 학대가 무방비하게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지난 2일 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A 재활원 생활지도원 4명이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됐다. 나머지 16명과 시설 원장은 불구속 송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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