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도 간부 탓…김정은표 간부혁명, 체제 안정성 위협할 수도"
전략연 "김정은, 경제난 극복 위해 간부들에 지나친 부담 지워"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간부들에게 실력을 키우고 인민을 챙기라며 이른바 '간부혁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도한 부담이 오히려 간부들의 불안감과 피로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체제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9일 '북한의 간부혁명 추진 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 2021년 이후 '간부혁명'을 주창하며 간부들에게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도 높게 요구하는 등 기강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간부들에게 당의 결정 관철을 위한 과도한 학습을 독려하고, 사상의 힘으로라도 당의 지시를 반드시 집행하라고 무제한적인 책임을 부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농업 성과가 부진하거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것도 간부들의 사상에 문제가 있다면서 처벌하는 사례도 꾸준히 보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23년 8월 평안남도 안석 간석지 침수와 관련해 김덕훈 당시 내각총리를 공개질타했고, 지난해 7월 압록강 일대에서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자 사회안전상과 자강도당 책임비서를 경질하고 평안북도당 책임비서를 좌천시키는 등 책임자들을 문책했다.
당시 김 총비서는 '주요 직제 일꾼(간부)들의 건달 사상과 요령주의'를 지적하며 재해방지 사업은 단순히 자연과의 투쟁이 아닌 '중대한 정치사상적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통의 권위주의 국가들이 간부들의 기강을 잡기 위해 실시하는 '반부패 운동'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남포시 온천군과 자강도 우시군에서 음주 접대, 주민 재산 침해 등의 비리를 저지른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질타한 것 외에 반부패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반부패 운동을 통해 정적을 제거하고, 간부들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한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라면서 이는 현재 북한 당국이 간부들에 제대로 된 물질적 보상을 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반부패 운동까지 전개하면 간부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지거나 뇌물 등의 부정부패가 활성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간부 기강잡기에 몰두하는 배경에 대해 코로나19로 약 5년간 국경을 전면봉쇄하면서 경제난이 심화되고,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여러 자연재해가 겹치며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자 김 총비서가 이를 간부들의 능력으로 타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특히, 작년부터는 '지방발전 20X10 정책' 아래 전국 각지에 공장과 주택, 병원 등을 대거 건설하면서 당국의 재정상황이 악화됐는데, 김 총비서는 자신의 역점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일꾼(간부)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간부들을 채찍질하고 있다.
또한, 건설 현장에 동원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혹시 정책이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을 간부들에 돌리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근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평양에 주택 수만세대 추가 건설 등 대형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간부혁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기적으로는 간부들의 실적이 제고되고 주민들의 불만이 김정은을 향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간부들의 피로감과 불안감이 커져 결국 당과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되고 극단적인 경우 소요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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