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최근 활동 폭을 넓히는 주북한 중국대사인 왕야쥔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지린성과 마주한 북한 양강도를 둘러보며 북중 교류와 협력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중 간 고위급 '정치 소통'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중국은 주재 대사를 통해 북한의 관심사를 챙기는 우호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일 주북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왕 대사는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대사관 관계자들과 함께 양강도 삼지연시와 혜산시 일대를 둘러봤다.

삼지연시에서는 시병원과 삼지연시소년궁, 백두산 밀영, 음료공장, 스키종합봉사센터를 방문했다.

병원 곳곳을 둘러본 왕 대사는 이번 방문을 통해 북한의 지역 의료 서비스 발전과 성과를 직접 확인했다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보건의료 원년'으로 제시한 올해 북한이 삼지연시병원과 같은 수준 높은 의료기관을 더 많이 건설해 주민들에 더 나은 의료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료보건 협력은 북중관계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삼지연시립병원이 중국 관련 의료기관들과 적극적으로 교류 및 협력해 북중 간 의료협력 보건 발전을 촉진하고 양국 주민의 복지와 우호 증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라고도 말했다.

삼지연시병원은 북한의 삼지연시 개발 계획에 따라 지난 2020년 개원했다. 북한은 당시 이 병원이 최신 설비를 갖췄다고 선전한 바 있는데, 북한은 작년부터 추진 중인 '지방발전 20X10 정책'에 따라 올해엔 지방에 현대화된 병원을 건설하기로 하면서 삼지연시병원이 '본보기'라고 제시한 바 있다.

백두산과 맞닿은 삼지연시는 북한이 북부 지역의 주요 관광지로 꾸리는 곳이기도 하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작년 7월 이곳을 찾아 스키장 건설 등을 언급하며 "백두산관광문화지구를 훌륭히 일떠세워 여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지시했다. 이곳이 백두산으로 연결된 북중 접경지역이기 때문에 중국 관광객 유치가 관광사업 성공의 열쇠이기도 하다.

왕 대사는 또 조선소년단 창립 79주년 맞아 북한 청년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다면서 삼지연시 소년궁도 방문했다. 그는 이곳에서도 "앞으로 중국 유학을 통해 중국 청년들과의 상호 이해와 우호를 증진할 계획을 갖기를 바란다"면서 북한 유학생을 대거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역시 대표적인 북중 접경지로 중국과의 무역이 활발한 양강도 혜산시를 찾은 왕 대사는 혜산항과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을 참관하고 혜산에 사는 화교들을 방문했다.

왕 대사는 "양강도가 자체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중조 관계 발전을 촉진하기를 희망한다"라는 중국 측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주북 중국대사관은 전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동안 소원해진 듯한 북중관계는 올해 들어 부쩍 회복세다. 고위급 회담이나 상호 방문 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경제·사회 등 분야에서의 교류는 확장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왕 대사가 북중 교류의 핵심 거점이나 북한이 공을 들이는 관광지를 찾고, 의료 협력 및 유학생 파견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북한을 향한 관계 개선의 분명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왕 대사는 지난달엔 평양의 '교육의 전당'인 인민대학습당을 찾고, 5년 만에 열린 중국어시험 한어수평고시(HSK) 개시 행사에 참석했으며 조중친선택암협동농장 모내기에도 참여해 북중 우호를 언급했다.

또 지난달 펑춘타이 공사는 함경북도 청진시와 라선시를 방문했다. 청진시는 중국의 총영사관이 있는 곳이고, 라선시도 북한이 관광지로 꾸리는 곳이자 북중 및 북러 교유의 거점이다.

이같은 중국의 행보는 북한이 다시 외교의 장으로 나올 상황을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우크라전 종전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종전이 실제 타결되면 북미 대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과 대립하고 북한을 통해 한반도 영향력을 유지해 온 중국은 북미 대화 재개시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신들의 국익과 입지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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