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등학교서도 "한국이 제1적대국" 교육…'두 국가' 교양 심화
'주적관' 심어주는 사진 전시…'반제반미 계급 의식' 교육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 고등학생들이 받는 '계급교양' 교육에서도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가르치며 '주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자 보도에서 중구역 연광고급중학교 학생들의 계급교양 수업을 조명했다. 신문이 보도한 한 교양자료에는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해당 자료에는 "대한민국 족속들은 식민지 하수인의 무리', '<제도불복>, <정권붕괴>를 짖어대는 미친개무리들' 등 한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빼곡히 담았다. 전시된 사진들은 모두 흐리게 처리됐지만 글씨는 선명하게 식별됐다.
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우리의 혁명진지, 계급진지를 굳건히 수호하고 조선혁명의 최후 승리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군인들과 인민들에게 투철한 반제반미 계급의식과 주적관을 깊이 심어주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교시도 적혀 있었다.
이는 지난해 김 총비서가 '남북 두 국가론'을 선포한 이후 헌법 개정 등을 거쳐 일반 학교에서도 관련 내용들을 공식적으로 교양하는 동향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교양'은 사람들을 정치사상적으로, 문화도덕적으로 준비된 사회적 인간으로 키우는 사업을 가리킨다.
지난해 12월 하순 개최된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가장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올해 10월에는 최고인민회의 개최 이후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도를 폭파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 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7일 자 노동신문에도 평양 소재 중앙계급교양관에 윤석열 대통령이 한 군부대를 방문했을 때 사진을 걸고 그 아래엔 "파멸을 불러오는 윤석열 놈의 독설 <즉시, 강력히, 끝내자>"라는 문장이 쓰여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우리 군의 구호인 '즉·강·끝'을 뜻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악랄한 반공화국 대결 의식 주입', '망상으로 일관된 점령통치 계획' 등의 코너에서 남한을 향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전시물들이 있었다.
아울러 지난달 12일 자 신문에도 중앙계급교양관의 모습이 보도된 바 있는데, 이땐 윤 대통령·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미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한 때의 사진이 전시됐다.
이처럼 북한이 윤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 전시물과 과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관련 언론 보도 등을 전시한 것은 내부적으로 민족·통일 관련 개념을 지우며 새롭게 '적대국'으로 규정된 대한민국에 대한 적개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신문의 보도로 봤을 때 북한 전역의 학교에서 관련 교양이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 NK'는 최근 북한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들에서 학생들에게 계급의식을 심는 강연회가 매주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일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미제와 그 추종세력'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미제와 한국 괴뢰들'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면서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계급 교양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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