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정부가 1980년대 중후반 '제2의 남북대화 활성기' 당시 남북의 회담 기록이 담긴 문서를 13일 공개했다. 해당 사료에는 분단 이후 첫 남북경제회담·국회회담 예비접촉·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중재한 '로잔느' 남북체육회담의 성사 과정과 남북 간 대화록 등 그간 비공개됐던 내용이 담겼다.

통일부는 이날 '남북대화 사료집' 제12권과 제13권, 그리고 회의록편 제2권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정부의 비공개 사료집 공개는 이번이 여섯 번째로, 총 2266쪽에 달하는 이번 문서에는 1984년 9월부터 1990년 7월까지의 정치·경제·체육 분야 남북회담 내용이 담겼다.

주요 내용으로는 △남북경제회담(1984년 11월∼1985년 11월) △남북국회회담 예비접촉(1985년 7월∼9월) △IOC 중재 로잔느 남북체육회담(1985년 10월∼1986년 6월) △남북고위급회담 예비회담(1989년 2월∼1990년 7월)의 회의록 등이 있다.

남북대화 사료집 제12권에 따르면 1984년 말부터 1985년 초 북한은 판문점 총격 사건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팀 스피리트'를 이유로 제2차 남북경제회담 일정을 일방적으로 두 차례 연기했다. 1986년 1월 북한은 재차 팀 스피리트 훈련을 핑계로 남북대화와 남북경제회담을 완전히 중단했다.

이후 북한은 남한의 접촉 재개 요구를 줄곧 거부하다가 1986년 6월 한국 국방부 장관과 주한 유엔군 사령관에게 '3자 군사회담'을 제의하고 나섰다. 우리 측은 북한이 약속한 대화에 응하지 않고 군사훈련 중단을 갑자기 들고 나온것에 '불손한 의도'가 있다고 보고 이를 거부했다.

북한은 이러한 군사회담을 추진하며 '비핵화'를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는데 이는 현재의 정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때만 해도 핵 개발 능력이 없었던 북한은 한미의 군사적 능력을 두려워해 '평화적 안건'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당 사료집에는 제24회 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가운데 IOC의 중재 아래 양측이 스위스 로잔느에서 1985년부터 1987년까지 4차례에 걸쳐 남북체육회담을 진행한 과정도 상세히 기록됐다.

당시 남북은 선수단의 개막식 공동입장 문제와 북한 지역에서 개최할 수 있는 종목에 대해 논의했지만, 1987년 7월 회담에서 북한이 남북 공동주최 등의 요구사항만 되풀이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함으로써 결국 성과 없이 종료됐고, 북한은 서울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다.

남북대화 사료집 회의록편 2권에는 1990년대 최악의 경제난인 '고난의 행군'이 발생하기 전의 징후들도 포착됐다. 1989년 3월 2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 2차 예비회담이 열리던 도중 정전이 발생해 회담이 11분간 중단된 것이다.

전기가 나가자 우리측 대표는 "중요한 회담을 하는데 (전기가) 끊어졌다"며 "촛불이라도 (키자)"라고 제안했는데, 이에 북측 대표는 정전의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자 물이나 마시면서, 전기 오면 합시다"라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고 한다.

당시엔 정부의 정보 분석이 선명하진 않았지만, 이후 북한의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며 정부도 '해프닝'인줄 알았던 당시 회담에서의 정전 사태가 북한의 경제난을 예견하는 한 장면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게 됐다고 한다.

한편, 통일부는 남북회담 문서 열람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방문 열람 장소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그간 열람이 가능했던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 △국립통일교육원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국회도서관 내 '남북회담문서 열람실'에 이어 목포 통일플러스센터와 국회부산도서관에서도 남북회담 문서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온라인 열람 방식을 신규 도입해 누구나 남북관계관리단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열람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통일부는 "앞으로도 지방 권역별 열람장소를 확대하는 등 대국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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