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집 못 가는 北 주민, 이런 사례 없었다…북한의 속내는?
해상서 표류하다 南 진입…"돌아가겠다"는데도 北은 '무응답'
국경 요새화 추진하는 北, 육로 송환 거부하나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지난 3월 7일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진입한 북한 주민 두 명이 "돌아가겠다"라는 의사를 표했음에도 두 달째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 측의 송환 의사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과거에는 이런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5일 뉴스1이 입수한 '1990년 이후 해상 탈북 귀순 및 송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35년간 통일부가 집계한 해상 탈북이나 선박 표류 후 남측 진입 사례는 총 70회다. 그중 귀순 의사를 밝힌 인원은 96명, 다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된 인원은 총 194명이다.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이 남한에 머무른 기간이 60일을 넘기게 된 것은 이번 사례가 유일하다. 지난 2011년 2월 5일 서해상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 31명이 귀순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결정이 미뤄졌을 때 체류한 기간이 57일로 가장 길었다. 이들 중 4명은 귀순하고 27명은 북한으로 돌아갔다.
당시 이들은 육로가 아닌 타고 온 배를 수리해 돌아갔다. 송환 당시 북측 군함으로 보이는 선박이 NLL 인근에 나와 주민들을 인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엔 남북 판문점 연락선,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채널, 군 통신선 등을 통해 남북이 송환 시일을 조율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 갈등이 심화하고, 지난해부터 북한이 남북을 '두 국가'로 선언하고 기존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면서 남북 간 소통 채널이 모두 단절됐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유엔군사령부 채널로 소통을 시도했지만, 북한의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대화 채널이 막혀 북측과 송환 시일을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북한 선원 6명의 송환을 위해 북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측은 제대로 된 답을 보내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소형 확성기(핸드 마이크)로 북측에 송환 계획을 통보한 뒤 수리를 마친 북측 선박에 선원들을 태워 해상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남북과 유엔사가 필요시 이같은 방식의 '구두 통보'도 유효한 조치로 간주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으로, 실제 북측은 우리 측이 통보한 시일에 맞춰 NLL 인근으로 인도용 함정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현재 체류 중인 북한 주민들은 육로로 송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이 타고 온 배가 낡아 수리 후에도 이들이 해상에서 또 표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판문점으로 일정을 통보한 뒤 이들을 보내면 지난 2017년 사례처럼 북측에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다만 북한의 반응이 없을 경우 송환이 무산돼 해당 주민들이 다시 남한에 체류해야 하는 어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 내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소극적 반응의 이유는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 정책 때문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남북 연결도로인 경의선과 동해선 일대 도로와 철로를 폭파하는 등 육로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금강산관광지구를 완전 재개발하고, 개성공단도 무단 가동하는 등 남북 교류의 역사를 지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해상 경계선도 다시 설정하는 듯한 동향을 보였다.
이런 맥락에서 '적대국과의 국경'이 된 판문점, 남북 육로를 다시 여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 주민과 군대에 '단절 조치'를 강도 높게 선전했는데, 이 지점에서 남북 접촉을 갖는 것이 내부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라는 의견이 제기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일단 남한의 대선 후 주민 송환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남정책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린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대남정책의 변화를 주지 못할 여건이 조성되면, 이들의 송환을 위한 별도의 방법을 구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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