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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울푸드는 평냉보다 온면"…요리하는 '흑백요리사' 탈북청년

통일부, '통하나봄' 행사 참여한 탈북 요리사 김원준 씨
이북식 온면·강냉이죽·두부밥 등 선보여

통일부가 주최한 '통하나봄' 행사에서 탈북민 출신 요리사 김원준 씨가 선보인 이북식 온면. 한국의 잔치국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옥수수면을 사용한 게 특징이다. ⓒ News1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온면은 북한 사람들의 소울푸드입니다. 한국에서는 평양냉면이 더 유명하지만, 사실 북한의 겨울은 영하 30도까지 떨어질 만큼 매우 춥기 때문에 온면은 춥고 배고픈 주민들의 애환이 서린 음식이라고 할 수 있죠."

탈북민 출신 요리사 김원준 씨(34)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에서 시민들에게 자신이 만든 이북식 온면을 선보였다.

온면의 담음새는 한국의 잔치국수와 비슷했다. 만드는 방법도 유사하다. 육수에 면을 넣고 애호박, 계란 지단, 당근 등 각종 채소를 고명으로 올린다. 다만, 북한에서는 밀가루가 귀해 옥수수 가루로 면을 만든다. 옥수수면은 다른 면보다 두껍지만, 쫄깃쫄깃하며 고소한 맛을 낸다.

대다수 북한 가정에선 수육이나 야채 등의 고명을 다양하게 올리지 못한다. 대신 파를 기름에 볶아 고춧가루와 섞어 만든 특유의 양념장으로 달고 짭짤한 맛을 낸다고 한다. 함흥냉면에 들어가는 양념장과 비슷하다.

북한 사람들의 국수사랑은 유별나다. '쌀이 금보다 귀한' 북한에서는 밥을 대체하기 위해 메밀, 녹말, 옥수수 등을 활용한 다양한 면 요리가 발달됐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온면은 남한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냉면 못지않게 북한에서 사랑받는 음식이다. 특히, 겨울이 한국보다 훨씬 춥고 긴 북한에서 온면은 서민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이다.

우리에게 막국수는 춘천, 밀면은 부산으로 통하듯 북한 역시 면마다 '본고장'이 있다. 온면 중에서는 함흥온면이 제일 유명하다. 다른 지역보다 국수 본연의 맛은 다소 싱겁고, 양념장 맛이 강한 게 특징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평양냉면에 소주를 곁들여야 '진짜 냉면 애호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북한에서도 면에 술을 곁들이는 문화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원준 씨는 "북한에서 술은 평범한 사람들은 잘 마시지 않는 사치품"이라며 "도수도 평균 24도 정도로 높아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잘 마시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날 테이블에는 이북식 김치도 올라왔다. 생긴 건 한국 김치와 똑같지만, 맛은 심심한 편이다. 냉장고가 없는 북한에서는 김치를 장독대에 담아 땅에 묻어 보관하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간을 덜 해도 오랫동안 맛이 유지된다고 한다.

이날 원준 씨는 통일부가 개최한 '광복 80주년 통하나봄' 행사에서 북한식 △강냉이죽 △두부밥 △이북식 온면을 차례로 선보였다.

이번 행사는 통일과 광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열렸다. 봄비로 날이 흐리고 공기는 선선했지만,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앞 광장은 눈과 코를 즐겁게 하는 북한 음식에 이끌려 우산을 접은 2030 청년들과 외국인들로 가득했다.

북한의 대표적인 서민음식 강냉이죽. 팥죽을 연상케 하는 달달한 맛이 특징이다. ⓒ News1 임여익 기자

첫 번째 요리는 강냉이죽이었다. 솥에 강낭콩과 옥수수를 넣고 물을 부어 반나절 정도 끓이면 되는데, 한국의 팥죽처럼 달달한 맛이 난다. 다만, 북한에서는 콩과 옥수수의 질이 좋지 않아 가끔 쓴맛이 나서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강냉이죽은 쌀이 귀한 북한에서 주민들이 밥 대신 자주 먹는 음식이다. 원준 씨에게는 추운 겨울날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강냉이죽을 나눠 먹던 추억이 있다.

"제가 살던 함경북도 청진은 정말 추웠어요. 마당에 물을 뿌리자마자 얼고, 콧물도 얼어붙는 동네였죠. 아궁이에 강냉이죽을 끓이면 온돌방도 따뜻해져 일석이조였어요."

원준 씨는 지난 2002년, 11살 때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 '철강 도시' 청진에서 태어난 그는 제철소 간부로 일하던 아버지를 둬 한때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아버지가 정치적 이유로 숙청을 당하며 한순간에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이후 혼자 몇 년간 '꽃제비'(노숙 아동) 생활을 하다가 탈북했고, 중국을 거쳐 지난 2007년 한국에 들어왔다. 서울 연남동에서 한식집 '낭풍'의 사장이자 요리사로 일하며 터를 잡았다.

"길거리 생활을 하며 바로 옆에서 사람이 굶어 죽는 걸 본 충격적인 경험이 제 인생을 바꿨어요. 그래서 한국에 간다면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었죠. 특히, 오랜 시간 굶주렸던 기억은 '음식'에 대한 내면의 욕심을 일깨운 것 같아요."

북한 길거리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인 두부밥. 한국의 유부초밥과 비슷한 생김새지만, 두부를 바짝 튀겨 꼬들꼬들한 맛을 냈다. ⓒ News1 임여익 기자

북한의 '길거리 음식'이라 할 수 있는 두부밥이 나왔다. 언뜻 봤을 땐 유부초밥처럼 생겼지만 맛은 완전히 다르다. 두부를 바삭하게 튀겨 속을 갈라 밥을 넣었는데, 꼬들꼬들한 두부의 식감이 독특하다. 북한 주민들은 보통 두부밥 위에 양념장을 발라 손으로 집어 먹는다고 한다.

두부밥은 북한 길거리와 장마당에서 가장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 한국의 떡볶이 같은 음식이다. 원준 씨는 지난해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해 두부밥을 선보였다.

"제일 일상적인 북한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맛은 괜찮지만 너무 평범하다'는 평을 듣고 탈락했을 때 전혀 아쉽지 않고 오히려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가 김치찌개가 주력인 한식집을 운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울의 가장 번화한 동네에서 가장 일상적인 음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런 그의 소망이 이날 요리에도 반영된 것일까. 행사에 참여해 이북식 요리를 맛본 시민들은 '다르지만 멀지 않음'을 느꼈다고 한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하예영 씨(23)는 "북한 음식이라고 해서 정말 독특한 맛을 상상했는데, 재료나 조리법에 조금씩 차이가 있어도 우리가 먹는 음식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의외였다"면서 "전반적으로 맛이 좀 슴슴한 게 어릴 때 할머니가 해주신 음식 같기도 해서 정겨웠다"라고 말했다.

탈북민 출신 요리사 김원준 씨(34)의 모습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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