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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러 지원으로 핵전략 변화 가능성…선택지는 두 가지"[155마일]

요르단카 알렉산드로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편집자주 ...155마일은 남북 사이에 놓인 군사분계선의 길이입니다. 이 경계의 실체는 선명하지만, 경계에 가려진 사실은 투명하지 않습니다.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되, 경계 너머 북한을 제대로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요르단카 알렉산드로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은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지점은 단연 반대급부, 즉 '대가'가 무엇인지다. 국제 질서에 정면 도전한 러시아에 기꺼이 젊은 군인들의 목숨을 던진 북한 정부가 얻게 될 반대급부는 그간 무기 판매로 획득한 것들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동아시아와 유럽 등 지역을 중심으로 '핵확산', '군사 전략'과 '동맹이론'을 연구해 온 불가리아 출신의 요르단카 알렉산드로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제 안보에서의 가장 큰 우려는 북한의 핵 전략 변화 가능성"이라고 짚었다.

현재까지 북한은 '확증 보복 전략'을 추구해 왔지만, 러시아로부터 기술적 지원을 받은 북한이 미사일 정확성, 미사일 방어망 돌파 능력, 조기경보기체계 등을 개선할 경우, 지금보다 공격적인 핵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러 양국의 상호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 대한 국제 사회의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신형 구축함 건조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dqdt.shop

北, 표면적으론 '핵 보복 전략' 고수…"생존 가능한 핵무기 확보가 핵심"

북한이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보여준 '확증 보복 전략'은 상대국의 1차 핵 공격에 대해 맞서 똑같이 핵 공격으로 보복한다는 논리다.

최근 북한이 핵잠수함 등 해군력 강화를 강조한 것도 이 전략의 일환이라고 알렉산드로바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확전 보복 전략의 핵심은 핵 공격을 받았을 때 생존 가능한 핵무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겠다는 게 목표라면 굳이 생산기지를 숨길 필요가 없다"라고 짚었다.

북한이 핵무기 생산 장소를 인적이 드문 산속 혹은 바닷속으로 숨기는 것은 대북제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최대한 적국의 핵 공격으로부터 핵무기를 살려두겠다는 전략적 목적이 크다는 것이다. 우선 핵무기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보복 능력을 강화하는 조치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거나 본토까지 보낼 수 있는 미사일 기술력을 개발하는 것이 현재 북한의 전략이라고 알렉산드로바 교수는 설명했다.

다만 보복 능력의 개발이 선제 공격 능력이 없다는 말과는 다르다. 의도, 즉 전략의 차이일 뿐 무기의 위력은 같기 때문에 언제든 태세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로바 교수는 "방어용이냐 공격용이냐는 사실 의도에 따라서 구별이 되는 것"이라며 "결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1차 타격으로 뚫을 수 있다면 선제 타격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방어용인지, 공격용인지 그 진의를 모른다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첨단 기술을 이전하지 않아도 충분히 (안보를) 걱정할 만한 상황이고 대처할 필요가 있는 움직임인 건 맞다"라고 강조했다.

'공격적 핵 전략' 모색하는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방향

반면 북한이 보복 전략에서 공격적 핵전략으로 방향을 바꾼다면 핵심은 '보복'이 아니라 '핵 확전 위험성 증가'로 초점이 맞춰진다. 알렉산드로바 교수는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하며 국제 사회가 안일하게 대응할 여유가 없다고 제언했다.

첫 번째 선택지는 '비대칭 확전 전략'이다. 이는 상대국의 재래식 공격에 즉각 핵무기로 대응해 초기에 적을 압도적으로 제압하는 전술이다. 이 경우 갈등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핵무기 사용을 잠재적 옵션으로 둔다는 점에서 확증 보복과 차이를 보인다.

다만 이 전략이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운 이유는 다수의 전술핵 보유를 전제로 하기에 초기 생산 비용이 많이 들고, 상당한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핵무기 사용 권한을 일선 지휘관들에게 위임해야 하는데, 북한은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체제이기 때문에 이런 전략은 김정은 권력의 내구성을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북한이 선택하기 어려운 선택지라는 게 알렉산드로바 교수의 진단이다.

두 번째 선택지는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이 자주 사용했던 전략인 '브링크맨십'(brinkmanship·벼랑끝 전술)이다. 상대국의 주요 전력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진 않지만 당장이라도 핵전쟁을 할 것처럼 협박하면서 적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전략이다. 상대국에 '통제 불가능한 확전의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전략은 전술핵을 대량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실행 가능하며 핵무기 통제가 중앙에 집중된 전략이기에 첫 번째 방안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협박이 거듭될수록 '신뢰'가 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이다.

"핵 대치 상황에서는 강대국, 즉 미국이 주도권을 갖습니다. 핵전쟁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소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약소국보다는 일정 수준의 피해를 감수할 수 있는 강대국이 훨씬 더 강한 결단력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적 비대칭성을 극복하기엔 북한의 역량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알렉산드로바 교수의 분석이다. 이러한 제약을 러시아의 기술 지원만으로 극복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알렉산드로바 교수는 북러 간 군사 협력 심화를 막는 조치를 즉시,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후에는 현실적으로 전략적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북러 협력 과정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고립이 장기화된다면 양국 간 협력이 심화할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요르단카 알렉산드로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4.2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러시아, 한반도에서 미군과 부딪힐 상황 만들지 않을 것"

알렉산드로바 교수는 북러관계의 지속성은 북한이 우크라전 종전 이후에도 러시아에 전략적 가치가 있는 존재가 될지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지금의 북러 밀착은 러시아가 병력 및 탄약의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 주된 이유라고 그는 분석했다.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체결된 북러 조약 제4조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 개입 우려도 제기되지만, 알렉산드로바 교수는 이는 러시아가 실제로 이행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고 봤다.

그는 러시아가 지난 70여 년 동안 미군과 직접적 부딪힐 상황을 피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북한에 직접 병력을 보내는 것은 미군과의 확전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러시아가 선택할 가능성이 낮은 방안이라는 것이다. 다만 파병이 아닌 은밀한 군사기술·무기 지원 등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우선시해왔으며 고립된 국가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꺼려왔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을 대신할 다른 대안을 찾는다면 북한과의 관계를 심화시킬 요인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르단카 알렉산드로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4.2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새로운 것에 흥미 느껴 한국과 인연 시작…이제는 한국 생활이 더 익숙

그는 어쩌다가 한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북한의 핵 문제에 빠져들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새로운 것에 남다른 흥미를 느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특별하고 새로운 분야를 찾아보다가 한국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지금은 훨씬 인기 있지만 당시에도 입학하기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때 학과가 생긴 지 10년 정도밖에 안 되던 때였는데 받는 인원도 적고 성적 커트 라인이 굉장히 높았어요. 특이하게 언어 시험도 있었는데 다행히 제가 러시아어 시험을 잘 봐서 합격하게 됐어요."

그렇게 불가리아 소피아 대학에서 공부하게 된 한국학은 그의 적성에 잘 맞았다. 졸업 후 대학원행을 결심한 와중에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2007년부터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의 인생 완전히 바뀌게 된 계기였다.

"학부 때는 한국의 역사, 문화, 문학, 경제 등을 중심으로 공부했고 북한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 알았어요. 근데 대학원에서 안보를 공부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북한 연구를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흥미가 생겨서 석사 논문도 '유럽연합의 대북 정책'에 대해 작성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영국의 한 출판사를 통해 공동 저자로 '핵 동맹 제지'(Nuclear Alliance Restraint)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약소국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때 그 국가와 동맹을 맺고 있는 강대국이 이를 제지하고자 하는 시도의 성패 요인을 설명한다.

알렉산드로바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존재하는 양극화된 세계가 핵확산 대응 효과를 높이고 핵 확산 위험을 줄일 수 있다"라며 현재의 핵 확산 방지 노력에 지금의 정세는 중요한 함의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제3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 있어서 알렉산드로바 교수는 자신이 하는 연구가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라고 자부했다.

알렉산드로바 교수는 20대 중반부터 한국살이를 시작해 대학원 시절 만난 동료와 가정도 이루는 등 한국에 정착한 지 어느덧 18년째다. 이제는 한국에서의 사회생활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2019~2023년에는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선임연구원·연구교수로, 현재는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정치·군사' 분과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youmj@dqdt.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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