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美, 달라진 것 없다"…트럼프 2기 출범 후 첫 공식 비난(종합)
외무성 대변인 담화…'불량국' 언급에 "美 대조선 적대 정책 다시 확인"
외무성 공보문 '美 새 미사일 시스템'·대일 무기판매도 싸잡아 비난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3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첫 공식 비난을 내놓았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을 '불량 국가'로 지칭한 것을 비난하며 "어제나 오늘이나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계기"라면서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내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한 인터뷰에서 북한을 '불량 국가'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주권 국가의 영상을 함부로 훼손하려 드는 미 국무장관의 적대적 언행을 주권 존중과 내정불간섭을 핵으로 하는 국제법적 원칙에 전면 배치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면서 "이를 강력히 규탄 배격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루비오 장관의 정치적 성향이나 미국의 체질적인 대조선 거부감에 비추어볼 때 그의 발언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에게서 우리에 대한 좋은 말이 나왔더라면 더 놀라울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어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불량한 국가가 남에 대해 불량하다고 걸고 드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어불성설인가 하는 데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인물의 적대적 언행은 어제나 오늘이나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계기가 됐다"라면서 "새로 취임한 미 행정부의 그릇된 대조선 시각을 가감 없이 보여줄 뿐이며 결코 그가 바라는 것처럼 미국의 국익을 도모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늘 적대적이었고 앞으로도 적대적일 미국의 그 어떤 도발 행위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언제나와 같이 그에 상응하게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루비오 장관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언론인 메긴 켈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중국 그리고 어느 정도 러시아를 마주하고 있고, 이란, 북한과 같은 불량 국가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라면서, 북한을 '불량 국가'로 칭한 바 있다.
북한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거론하며 담화로 공식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향해 대화 제의 등 호의적인 발언을 쏟아냈으나 북한은 이에 호응하지 않고 핵무력 강화 노선을 강조하는 등 기싸움을 벌이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날 북한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괄적인 본토 방어를 위한 새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개발'에 대한 구상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군사력 강화로 대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 공보문'을 통해 "무분별한 군비확장으로 자기의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고 자주적인 주권 국가들을 압살해보려는 새 미 행정부의 패권적 기도가 집권 첫날부터 뚜렷이 표출되고 있다"면서 미국 새 행정부의 미사일 방어체계 확대 구상에 대해 비난했다.
이어 "현 미 행정부가 핵을 가진 적 수국들의 공격 위협을 운운하면서 동맹국들과 지역 미사일 방위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운운한 사실은 미국의 미사일 방위 체계 현대화 책동이 핵 대국들이 집중돼 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추진하고 있는 극초음속 요격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와 같은 첨단군사 장비들을 더 많이 배치하려는 미국의 책동이 보다 우심해지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면서 "기필코 지역 나라들의 안전상 우려를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앞으로도 적대 세력들의 가증되는 군사적 위협에 한계를 모르는 군사력 강화로 대답할 것이며 강력한 자위적 힘에 따라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고 보다 안정된 지역 안보 환경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미국을 위한 아이언 돔'(Iron Dome)을 강조했으며,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군에 수천 발의 로켓을 요격한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과 같은 방공 체계를 개발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날 신문은 '지역 정세를 악화시키는 위험한 망동' 제하 기사에서 미일의 '장거리 공격 무기' 개발 움직임도 비난했다.
신문은 미 행정부가 '중거리 공중대공중 미사일', '합동 공중대지상 장거리 순항 미사일' 등을 일본에 매각하는 것을 승인한 데에 대해 "해외 팽창 야망에 들떠 있는 전범국과 그의 선제공격 능력을 키워주는 미국의 위험한 망동으로 인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정세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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