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종합병원은 무소식인데…北, '민심 악화' 우려에 지방병원 건설
외관만 완성한 평양종합병원, '최첨단 설비' 구축 어려워
김정은 시대 키워드 '건설' 14년째 이어져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지난 2020년 착공한 '평양종합병원'이 첨단 의료기기 등 시설 부족으로 5년째 문을 열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부터 지방에 또 현대적인 병원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인민들의 '민심'을 잡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해석되지만, 경제난에 외부와의 제한적 교류로 이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2025년도 대 건설 투쟁이 개시됐다"면서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 6일 강동군 병원과 종합봉사소 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총비서는 올해 강동군 외에도 용강군·구성시에 새 병원을 시범적으로 건설하고 내년부터 연간 20개의 병원을 각지 시·군에 건설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김 총비서는 지방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해 병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 사업이 쉽지 않을 것임을 자인했다. 그는 "병원은 살림집이나 산업건물 건설에 비해 몇십 배의 품이 들고 높은 시공 기술과 값비싼 자재, 많은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온전한 병원을 하나 건설한다는 것이 간단치 않다"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언급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던 평양종합병원 건설 경험이 내재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을 봉쇄했던 지난 2020년 평양종합병원 건설 구상을 밝혔다. 김 총비서가 직접 첫 삽을 뜨면서 대대적으로 공사를 시작했지만, 아직 공식 완공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작년 1월에도 김 총비서는 평양종합병원 완공 의지를 밝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이 수년째 평양에서만 수만 채의 대규모 살림집 건설을 진행한 것을 감안하면, 건설 자재의 문제라기보단 가장 상징적인 종합병원에 넣을 첨단설비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김 총비서의 연설을 보면 아직 병원 건설 구상의 본질적인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보건 일꾼들이 현대 의료 시설에 대한 표상과 설비 운영 경험이 부족하고 학술적 자질·의술이 미약한 것이 '제일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 "기술 전습을 실속 있게 조직해 병원이 개원하면 치료사업을 원만히 할 수 있게 준비시키고 기술자, 기능공들도 각자 맡은 분야에 정통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또 현대의학 발전 추세에 맞는 치료 방법을 습득하고, 외국어 실력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전한 경제난과 제한된 외부 교류로 김 총비서의 이번 구상이 '원하는 수준'에서 달성될지는 미지수다. 그 때문에 북한이 2~3년 사이 최고의 우방이 된 러시아로부터 각종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다방면의 민생 개선을 강조하고 있으나 부족한 자원 등을 고려할 때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정은 시대의 핵심 키워드인 '건설'은 각 분야별로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 총비서는 작년 역점 경제사업으로 매년 20개 시·군에 공업공장을 세우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내민 후 병원·양곡관리시설·과학기술보급 거점을 추가로 짓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은 최근 도농 격차 완화를 통해 내부 불만을 해소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자 한다"면서도 "개혁개방 등 선진적인 국제협력을 통해 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닌 폐쇄적인 북한식 동원형 구조로 진행되는 사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했다.
somangchoi@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