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연일 미국을 향해 위협적인 메시지를 내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일절 피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향후 있을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압박 강도를 높여가며 미국의 반응을 살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방성 대변인은 1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담화를 내고 미 해군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잠수함 '알렉산드리아'가 부산에 입항한 것을 비난하며 미국을 향해 "철저히 상응한 힘으로 견제", "격돌 구도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위협했다.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기존에도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사안이지만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최근 계속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어 이번 대변인 담화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9일 김정은 총비서가 인민군 창건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한반도 격돌 구도의 근본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핵 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을 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면서 자신들의 기존 '핵 무력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조선통신사 논평을 통해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가 참가한 한미일 연합공중훈련·한미 공군 연합 쌍매훈련이 "지역 긴장 고조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바라지 않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9일)이라고 비난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유럽연합(EU)의 비핵화 촉구를 "구시대적인 망발"이라며 자신들의 핵무기가 "몇 푼의 돈으로 맞바꿀 흥정물"(8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한 인터뷰에서 북한을 '불량 국가'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주권 국가의 영상을 함부로 훼손하려 드는 미 국무장관의 적대적 언행을 주권 존중과 내정불간섭을 핵으로 하는 국제법적 원칙에 전면 배치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강력·규탄했다.

이처럼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형식의 글을 통해 미국을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거론하는 등의 직접적인 비난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또한 북한 특유의 원색적인 비난도 자제하면서 나름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미국과의 대화나 협상 자체를 전면 거부하는 게 아니라 추후 '개인적인 친분'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총비서 간의 대화 의지를 '최후의 영역'으로 남겨두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원색적 비난은 하지 않고 있지만 핵전력을 활용한 대응 의지를 통해 경고성 메시지를 지속해서 발신하고 있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이나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에 대한 메시지는 향후 북미 대화 조건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같은 경고를 명분삼아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3월에 진행될 한미연합훈련이나 미국의 핵전략 자산의 전개 등 이미 경고의 메시지를 발신한 사안들이 빌미가 될 수 있다.

이날 국방성 대변인도 담화에서 자신들의 '무력'을 강조하며 "지역의 안전 환경을 위협하는 근원들에 대한 억제 행동을 실행하고 도발자들을 응징하기 위한 자기의 합법적인 권리를 주저 없이 행사할 것"이라면서 군사적 도발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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