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 동원 보내고 대학엔 "한국 쓰레기들"…청년 적개심 증폭하는 北
'고교생 300명 최전방 자원' 선전…'한국' 겨냥 적대 구호 부각
파병 관심 돌리기·연합훈련 대비 의도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최근 북한 매체에서 젊은 층을 상대로 대남 적개심을 부추기는 동향이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에 파병됐다 생포된 북한군의 한국 귀순 가능성과 미·러의 종전 협상, 그리고 추가 파병 등 뒤숭숭한 분위기를 결속하고 관심을 돌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자 보도에서 평양의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300여 명이 최전연(최전방) 국경 초소로 탄원(자원)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최전연 국경 초소'는 남북 접경지를 뜻한다.
이들은 "조국보위를 최대의 애국으로, 가장 신성한 의무로, 첫째가는 사명으로 간주"하고 "조국보위의 제일선에서 원수들의 침략과 도전으로부터 이 땅의 평화와 안녕을 믿음직하게 지켜갈 것"이라고 결의했다고 한다.
이전에도 고교 졸업생 등 청년들이 입대를 자원하거나 제대 군인들이 '복귀'를 원했다는 보도는 종종 있었지만, 남북 접경을 콕 집어서 청년들이 자원했다는 소식이 나온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단순히 청년들의 애국심을 부추기기 위한 입대가 아닌 대남을 겨냥한 적개심을 고취하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최근 김정은 총비서의 김일성정치대학과 강건명칭종합군관학교 현지지도 보도에서도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남 적대감을 부추기는 장면이 포착됐다.
정치장교 양성 학교인 김일성정치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모니터에 경남 사천시 지도를 띄워놓고 수업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사천시는 우리 공군기지와 우주항공청,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있는 곳으로, 북한이 남한의 전략기지를 노린 공격 전술을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급 지휘관 양성 학교인 강건명칭종합군관학교에는 "천하무도한 괴뢰 한국 쓰레기들을 마지막 한놈까지 격멸소탕해버리자"는 문구가 담긴 선전화가 실내 사격관 벽에 걸려 있는 것이 확인됐다.
신문이 두 대학 내부에 있는 다른 자료들은 대부분 실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대거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는 점에서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노출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연초 김 총비서가 '적대적 남북 두 국가'를 선언한 이후 내부적으로 각종 선전물을 동원해 대남 대적 의식을 심어오고 있다. 의도적으로 이를 대외에 노출시키는 것은 주로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 북한이 써온 대응 방식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국적으로 140여 만에 달하는 청년동맹일꾼(간부)들과 청년학생들이 인민군대 입대, 복대(재입대)를 열렬히 탄원했다"라고 주장했는데 당시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과 북한의 남북 연결도로 폭파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을 때다.
이에 이번 동향은 최근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악화된 청년들의 '민심'을 수습하고 사상 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가 커 보인다. 북한이 파병을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최소 만 명이 넘는 군인들이 외부로 나갔고 여기에 최근 2차 파병도 이뤄져 내부에서 이미 소문이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당장 3월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어 북한은 당분간 청년들을 대상으로 사상 무장 강도를 높이면서 러시아 파병으로부터 시선을 다른 곳에 돌리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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