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군을 파병해 참전한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지난해 10월 첫 파병 동향이 파악된 이후 6개월 만이다. 북한은 파병과 함께 '쿠르스크 해방 작전 종료'를 선언했는데, 러시아 파병 국면을 일단락 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2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입장문을 통해 "공화국 국가수반(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쿠르스크 지역 해방 작전에 참전한 우리 무력 구분대들이 높은 전투정신과 군사적 기질을 남김없이 과시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북한군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됐던 접경지 쿠르스크주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북한도 같은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북러 모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파병 이후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의 사진·영상과 북한군 포로의 존재까지 공개됐음에도 파병 사실을 공식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주말 러시아에 이어 북한도 파병을 인정하는 입장을 낸 것은 이제 파병을 공식화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입장문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침공한 상황이 지난해 북러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4조 발동 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러시아 측에 파병 의사를 전달하고 합의에 따라 참전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명령했다고 밝혔다.

4조에는 북러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지체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자동 군사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북한은 '국제법상 효력이 있는 조약'에 따라 파병을 한 것으로 자신들이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또 "러시아 연방에 대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모험적인 무력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라고 밝히며 추가 파병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러우전쟁 종식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의 작전은 끝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우리 무력 구분대들의 참전이 조로(북러) 두 나라 사이의 전투적 유대를 한층 강화하고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 수행에 기여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두 나라 사이의 불패의 전투적 우의는 전투포화를 헤치며 피로써 검증됐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북러관계를 동맹 수준을 넘어 한 전쟁에서 피를 흘린 '혈맹'으로 관계 격상을 추동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과거 한국전쟁 참전으로 맺어진 소련과의 혈맹 관계 수준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앞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성명에서 파병 북한군이 "한 참호에서 어깨를 맞대고 피를 흘리며 싸웠다"라고 말해 이번 파병을 계기로 양측의 밀착이 더 심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의 파병 공식화는 지난 반년간의 최대 외교 사업을 일단락 지으며 그다음 행보를 위한 '새 외교 전략'을 수립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의미도 있다.

북한은 일단 러시아로부터 파병에 대한 각종 반대급부를 챙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날 파병군의 '중대한 공헌'을 부각하며 "피로 검증된 우의는 금후 조로(북러) 친선협조 관계의 모든 방면에서의 확대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언급했다.

양국은 이미 지난 2023년부터 경제, 관광, 교육 등 다방면에서 교류를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지만, 북한은 보다 확실한 이익을 챙긴다는 측면에서 그간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인 핵잠수함과 정찰위성 관련 핵심 기술을 요구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이와 함께 러시아를 뒷배 삼아 대미 구상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북미대화 제안에도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핵무력 강화에 집중하며 미국을 압박해 왔는데 파병 종료로 북한도 북미대화 준비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미국에 북한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거나, 북미대화 과정에서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며 북한의 지원군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입장에선 대미 외교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파병군의 공로를 기리는 전투위훈비를 건립하는 등 공식적인 보훈 행사를 성대하게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공화국의 자랑스러운 아들들의 영용성을 칭송하여 우리 수도에는 곧 전투위훈비가 건립될 것이며 희생된 군인들의 묘비 앞에는 조국과 인민이 안겨주는 영생기원의 꽃송이들이 놓일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파병은 내부에서도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졌는데 대규모 사상자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내부 불만과 동요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파병군을 치하하며 유족들을 챙기는 것으로 내부 결속을 꾀하는 데도 상당한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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