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대선에 '대남 정치 선동' 없는 북한…8년 전과 달라져
적대적 두 국가론 아래 한국에 대한 '무관심' 전략 이어가는 듯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8년 만에 재개된 장미 대선을 대하는 북한의 모습은 180도 달라졌다. '보수 집권을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던 8년 전과 달리 올해는 한국의 대선에 대해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하는 모양새다.
14일 현재까지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에는 한국의 대선과 관련한 기사가 단 한 건도 보도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도 전날인 13일 기자들과 만나 "대선과 관련한 북한 측의 언급이나 특이동향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는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8년 전과 다른 모습이다. 북한은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5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남 선동에 열을 올렸다. 당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박근혜 탄핵으로 파멸의 운명에 처한 괴뢰 패거리는 지금 흩어진 보수 세력을 규합해 재집권 야망을 실현해 보려고 피를 물고 날뛰고 있다"며 "괴뢰 보수패당의 재집권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022년 진행된 제20대 대선 때도 북한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드러냈다. 북한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주자들의 대북 정책과 관련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북한은 한국의 정치적 전환기 때마다 자신들의 '메시지'를 발신해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를 했다. 국내 여론을 호도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전략인 셈인데, 최근에는 이러한 기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국면에서도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12·3 비상계엄 선포 때부터 윤 전 대통령의 파면 때까지 관련 내용을 건조하게 보도할 뿐 당국의 평가가 담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은 내부에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며 체제 선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과는 대비됐다.
이같은 변화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한국을 상대로 보이는 철저한 '무관심 정책' 기조 때문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이 따로 살자"라고 선언한 이후 지난 한 해 동안 각종 단절 조치를 취했다. 과거 북한이 대남 선전에 활용한 매체들이 대부분 폐기되거나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라는 점도 북한의 기조 변화 해석에 근거가 되는 요인이다.
북한이 러시아와 '혈맹' 수준의 군사적 밀착을 지속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협력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와 이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북미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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