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파병에 전통적 제재 무용…심리전으로 '정당성' 건드려야"
마이어스 교수 "한미 연합 비판 北 논리 그대로 러 파병 지적해야"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더 이상 기존의 국제법적 비판이나 도덕적 규탄만으로는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한미 연합을 비난하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파병을 지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다.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학교 국제학과 교수는 19일 서을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통일부의 '2025년 북한인권 국제회의'에서 김정은 정권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맹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통적인 외교적 수단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마이어스 교수는 북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첫걸음은 병력 파병 및 이에 대한 러시아의 보상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확보된 증거는 이후 △군사 협력을 조장하거나 지원하는 단체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 촉구 △유엔 총회 결의 채택을 통해 북한의 파병 행위 공식 규탄 및 여론 형성에 기여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조사 요청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들이 실행되더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북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마이어스 교수는 짚었다.
그는 "수십 년간의 비판과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무장 행보를 저지하는 데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으며, 인권 상황 역시 2014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하다'고 규정한 이후에도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마미어스 교수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비판은 인권 문제에 비해 비판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 때문에 북한 체제의 특성을 노린 심리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마이어스 교수는 제언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오랫동안 자주성을 최고의 집단적 가치로 학습해 왔고,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에 종속된 존재라고 비판해 왔다"며 "그런 맥락에서 러시아의 지휘를 받으며 외국 전쟁에 참전하는 모습은 주민들의 생각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봤다.
이어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 정권의 '용병식' 대(對)러시아 협력을 비판할 때, 과거 북한이 한미동맹을 강화하던 남한을 비판하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전·심리전에 활용할 만하다"라고 제언했다. 파병을 북한의 자주권이 '굴욕적으로 훼손된 사건'으로 재구성한다면, 김정은에게 상징적·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마이어스 교수의 논리다.
정부 당국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약 1만 5000명 중 4700여 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상자 중 사망자는 약 600명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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