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모든 재산 '등록' 제도화?…'돈주' 등 비공식 경제 타파
지난해 민법 개정으로 '합법적 등록 거쳐' 자동차 소유 가능하게 해
"'은밀한 소유' 없애 비공식 경제 통제…내수 경제 현황 파악 목적"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최근 주민들의 승용차(자동차)의 소유를 공식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소유를 철저하게 지양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추정되는데, 내수 경제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21일 최근 북한이 승용차의 개인 소유를 허용한 동향이 있다고 보고 관련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민법에는 승용차를 '개인 소유'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었지만, 사실상 개인이 차를 구입해 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아니었다. 당 고위 간부나 외국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승용차는 주로 사업소나 기업소 등의 명의였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해 2월 6일 민법을 개정해 승용차나 가축 등을 '합법적인 등록'을 통해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합법적인 등록'이라는 말이 처음 언급된 것인데, 다른 나라처럼 모든 차를 시스템에 등록해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운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1이 지난해 2월 6일 개정된 북한의 민법을 확인한 결과, 제134조(개인소유권의 대상)에는 "공민은 가정생활에 필요한 생활용품과 합법적인 등록을 걸쳐 승용차와 같은 윤전기재, 부림짐승(가축)을 소유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2007년 개정 민법에는 제59조(개인소유권의 대상)에 "공민은 살림집과 가정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가정용품, 문화용품, 그 밖의 생활용품과 승용차 같은 기재를 소유할 수 있다"라고 밝혀 '합법적인 등록'이라는 언급은 없었다.
북한 경제의 특징은 장마당이나 '돈주'(돈의 주인·신흥 자본가)와 같은 비공식 경제의 영역이 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한의 경제 규모나 각종 경제 관련 수치는 정확한 파악이 어렵고, 북한 당국도 공식적으로 이를 외부에 발표하지 않아 왔다.
이를 앞으로 '합법적인 등록'을 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한 것은 그간 비공식 경제, 지하경제 영역에 있던 재산을 양성화해 경제 규모를 정확하게 수치화하고, 당국의 관리·통제가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공식적인 개인의 재산에 '등록금' 또는 세금을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이후 곳곳에서 나타난 돈주들은 최근 80% 가까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는 등 북한의 지하경제 단속 조치는 꾸준히 강화돼 왔다. 이번에 확인된 민법 개정도 단속 및 국가 운영의 정상화라는 효과를 모두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론 북한 사회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제 각종 음성적인 현상을 양성화해 제도권에 편입시켜도 주민들의 반발 수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북한 당국이 내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현실적으로 특권층에게만 적용되는 조치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사회주의 문명국가임을 과시하며 특권층들을 대상으로 일부 자동차를 사용하게 하고 이에 따라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의도"라면서 "표면적으로는 자동차세 등으로 세금을 거둬들이는 효과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투명하게 내수 경제를 관리할 수 있는 차원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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