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눈앞에서 새 구축함 파손 사고…"심각한 범죄 행위"(종합)
청진조선소에서 '최현'급 2호 구축함 진수식 중 사고…선체 파손
김정은 격노…"일꾼들 과오 엄중하게 다룰 것, 선체 시급히 복원하라"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새로 건조한 5000톤급('최현'급) 구축함 진수식 중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도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하고 '격노'했다고 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사고는 전날인 21일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했다. '최현'급의 두 번째 구축함의 건조를 완료하고 진수식을 진행했는데, 정상적으로 배가 바다에 띄워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문은 "진수 과정에서 미숙한 지휘와 조작 부주의로 인해 대차 이동이 평행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라며 "이로 인해 함미 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됐고, 일부 구간의 선저 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되며 함수 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발표 내용을 정리하면, 건조된 배를 대차에 올려 경사로에서 측면으로 미끄러뜨려 수면 위로 올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선수와 선미에 설치된 대차가 동시에 기동하지 못해 배를 수면에 띄우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충격으로 구축함 하부 등이 상당 부분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진수식 사고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사고 전 과정을 지켜본 뒤 "있을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고 크게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또 "우리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켰다"라며 이번 사고 책임자들을 엄중하게 문책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은 오는 6월 말에 노동당의 가장 큰 회의체인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했는데, 이 회의에서 책임자 처벌 및 인선 문제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비서는 구체적으로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가과학원 역학연구소, 김책공업종합대학, 중앙선박설계연구소, 청진조선소의 일꾼(간부)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해 책임 소재를 가릴 것을 지시했다.
그는 아울러 "구축함을 시급히 원상 복원하는 것은 단순한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권위와 직결된 정치적 문제"라며 6월 말 당 전원회의 전에 무조건 복원을 끝내라고 다그쳤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서해 남포조선소에서 처음으로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진수식을 진행한 바 있다. 북한은 진수식 사흘 만에 순항미사일과 지대공미사일 등 구축함에 탑재된 무기체계 시험발사도 단행하는 등 새 구축함의 실전배치를 서둘렀다.
그러나 사고로 북한이 '내년 초'로 예고한 5000톤급 구축함의 실전배치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달 첫 5000톤급 구축함을 진수하면서 이를 동해함대에 배치해 동해함대를 향후 '원양함대'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원양함대는 여러 척의 구축함과 작전 수행에 필요한 지원함으로 구성되는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4월 건조한 첫 5000톤급 구축함이 서해 남포조선소에서 건조된 만큼, 이 배가 아닌 새 구축함이 동해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파손된 구축함의 복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현재 물리적으로 측면 진수만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청진항의 진수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줄 경우 새 구축함의 실전배치 및 원양함대 구성 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신문은 이날 보도를 1면에 보도하며 전 주민에게 관련 사실을 숨기지 않고 공개했는데, 이 역시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음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youmj@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