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 영토에 백령·대청 포함시켰나…지도엔 오락가락 혼재
북한, 남한의 백령·대청·소청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 시도에 반발
北 조선중앙TV, 지난해 지도에 백령도 불포함…올해는 다시 삽입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서해의 우리 영토인 백령·대청·소청도 일대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하는 절차에 반대하고 나섰다. 북한이 '남북 두 국가' 선언 이후 새 영토를 지정한 데 따른 것이라는 추정이 25일 제기된다. 북한이 올해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지도에서 이같은 동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조선중앙TV의 일기예보에 활용하는 지도 그래픽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TV는 지난 3월 12일 오후 8시에 송출한 일기예보에 사용한 지도에는 백령도를 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5월 4일의 일기예보 그래픽에는 백령도가 표기된 것이 최근 확인됐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말에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했다. 이는 남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국가임을 선언하며 과거의 남북관계를 모두 지우겠다는 취지의 선언이었다.
실제 북한은 '두 국가' 선언 이후 남북 접경지의 연결도로를 폭파하는 등의 단절조치를 취했다. 평양 시내 주요 한반도 및 남북관계 관련 이미지에도 물리적인 변화를 줬다. 전반적으로 남한 지역을 지도에서 표기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아직 '명확한 기준'이 파악되진 않는다. 조선중앙TV는 지난해 6월 '각 도 특파 기자들이 보내온 소식'에서 사용한 지도 그래픽에서 남한 지역을 흐릿하게나마 표기했다.
그런데 6월 보도에선 확인할 수 없었던 백령도 표기가 같은 해 10월 보도에선 나타났다. 하지만 12월 보도에선 백령도가 지도에서 다시 사라졌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두 국가 선언'에 따른 새로운 영토 개념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북한이 최근 인천시가 옹진군 백령면(백령도), 대청면(대청·소청도) 육상 66㎢와 주변 해상 161㎢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해달라고 유네스코에 신청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백령·대청·소청도는 연평도와 더불어 북한이 인정하지 않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섬으로, 북한의 이번 이의 신청이 NLL 무력화 의도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내부적으로 백령도 일대를 자신들의 영토와 영해에 넣을 것인지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고, 당장 NLL 관련 문제를 제기하진 않을 것이라도, 이 일대가 국제기구의 '인증'에 따라 남한의 영토 및 영해로 인정받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일단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 1999년 '해상 군사분계선'이라는 이름으로 백령·대청·소청도가 자신들의 영해에 포함되도록 하는 자의적 해상 경계선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다 2000년엔 '통항 질서 수로'라면서 남측에서 이들 섬에 통행할 수 있는 좁은 수로를 인정하겠다는 주장을 펼치는 등 서해 '열점 지역'에 대해 수시로 변경된 입장을 표명하곤 했다.
2007년에는 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 등을 계기로 '해상 경비계선'이라 명명한 해상경계선을 주장했는데, 이는 NLL보다 남쪽에 있고 서북 도서보다 북쪽에 있는 선으로 사실상 열점 지역에 대한 우리 측의 권한을 더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때문에 북한이 새 영토와 영해를 정하더라도, 기존의 질서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은 수준의 점유권을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 반대는 새 영토 및 영해 개념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일단 남한의 행보에 몽니를 부리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세에 따라 수시로 서해에서의 위기를 증폭시키며 남측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 지역을 '분쟁 지역화'하는 방향으로 국제사회의 여론을 움직이려는 행보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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