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영·중·독어까지 유창하게…외국어 열중하는 北 대학생들
북한, 대학생외국어경연 영상 공개…다국어 능력자 선발
- 양은하 기자,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유민주 기자 = 북한이 3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다국어 능력자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25일 유튜브 채널 'KANCC TV'에는 지난해 10월 개최된 북한 제9차 대학생외국어경연 영상이 게재됐다. 이 경연은 지난 2015년에 시작해 매년 열리고 있다.
이번 경연에는 평양의학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김형직사법대학 등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대학교에서 선발된 학생 70명이 참가해 중국어, 영어, 독일어로 실력을 겨뤘다.
1차에서 영어 듣기, 중국어 단어말꼬리잇기(끝말잇기), 동의어와 반의어 찾기로 경연을 하고, 여기서 선발된 학생들이 2차에 진출해 영어로 논쟁·논박, 중국어(혹은 독일어)로 1분씩 연이어 말잇기로 순위를 가렸다.
대회 이름은 '외국어 경연'이지만 최소 영어와 중국어에 모두 능숙해야해 사실상 다중언어 실력자를 뽑는 대회에 가깝다.
이번 경연에서 1등을 차지한 평양의학대학 박장혁 학생도 2차전에 출전한 8개 조 가운데 유일하게 독일어로 경연한 조에 속해 영어와 중국어, 독일어 3개 국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2차전 경연 주제는 '옷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입는다', '연극이 영화보다 감흥이 더 크다', '외국어를 배우는 데서는 책이 손전화기보다 더 도움이 된다', '도덕과 인격', '예의도덕과 우리 생활' 등 다양했는데 외국어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면서 동시에 얼마나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경연에서 다중언어를 익히는 방법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은 경연에 앞서 각 언어의 문법구조와 계통 특징을 설명하면서 영어와 중국어, 러시아어를 효율적으로 익히는 순서를 두고 토론하기도 했다.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교육을 '세계 발전 추세'에 맞춰야 한다면서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는 유치원에도 외국어 교육을 도입했고, 중등교육 단계의 외국어 학습도 늘렸다.
교육의 결과인지 몇 년 전에는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는 선전 유튜버들이 다수 등장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영국식 영어를 쓰는 '키즈 유튜버' 임송아는 이후 전국 초급·고급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외국어 회화 경연에서 우승해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북한은 특히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는 다중언어 능력을 "과학기술 인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징표이자 모든 분야를 세계적인 발전 수준에 빨리 올려세우기 위한 필수적 전제"라며 적극 독려하고 있는데, 이는 외국어를 통해 과학기술력을 세계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구상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에도 여전히 해외 유학이 제한적인 데다 앞으로도 대면 교류를 통한 지식 습득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계 과학기술정보를 따라잡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으로 외국어 교육을 장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동신문은 앞서 "하나의 연구과제를 수행하자 해도 여러 어종의 외국어 지식과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최신 문헌자료 연구를 선행시키면서 성공의 지름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며 다국어 활용법을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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