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상법 드라이브에 경제계 '여론 호소'…현장 우려 전달 총력전
경제8단체, 與와 간담회…'거부권' 행사하더라도 '재추진' 가능성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경제계가 야권의 상법 드라이브에 우려를 나타내며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그동안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국회에 전달하며 '조용한 설득'에 주력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 야당이 단독으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하면서 여론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경제계에선 정부·여당 역시 상법 개정에 반대하기에 거부권 행사 등으로 당장 개정안이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개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언제든 계속 추진할 수 있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코스닥협회 등 8개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26일 국회에서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 참석했다.
국민의힘이 마련한 간담회로 당에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경제계 인사들은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장의 우려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영진이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어렵고 신(新)산업 진출 등은 할 수가 없다고 호소한다. 특히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제2의 엘리엇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새로운 사업은 초기에 영업 적자, 주가 하락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기업들은 주주들의 주가 하락에 대한 소송이 무서워 과감한 투자 결정,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등을 주저하게 돼 미래 먹거리 확보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에 우리 기업들을 먹잇감으로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엘리엇 사태를 예로 들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자본시장 벨류업'을 목적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의 처방이 문제 인식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높은 선호도의 배경에는 미국 기업의 혁신성과 수익성이 가장 크다는 대한상의의 최근 설문조사를 언급하면서 지배구조 규제가 밸류업의 정답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호준 한국 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상법이 개정되면 대기업보다 중소·중견 기업의 피해가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영권 분쟁을 비롯해 소송 대응에 있어서 중소·중견 기업은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상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국회 통과와는 별개로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시 정부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요청할 계획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크다. 경제계 입장에선 당장의 급한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상법 개정안이 여야 간 정책 경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데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이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제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미 투자자 표심을 잡기 위해 상법 개정안 재추진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부에서 상법 개정 시행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상법 개정에 대한 야당의 의지가 확인됐고 국회 본회의 통과 시 상당한 국민 반대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는 "차기 대선 공약으로 상법 개정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모든 과정에서 상당한 국민적 여론이 형성될 전망으로 2025년 상법 개정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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