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내주고 반명 총결집"…국힘 경선 집어삼킨 '빅텐트론'
팽팽한 3파전에 후보 4인 모두 "단일화 찬성" 입장
"단일화 2단 추진으로 궤도 올려 이재명과 겨뤄야"
-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듯한 형국이다. '빅텐트' 구상에 반대하거나 머뭇거리던 후보들도 입장을 바꿔 '반(反)이재명'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빅텐트론은 '이재명 대세론'을 깨기 위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뿐 아니라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진보 진영 인사와도 손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집권 시 국무총리직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대선 경선 후보 4인 모두 한 권한대행과의 후보 단일화에 찬성하고 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탄핵 심판 전 '탄핵 반대파'의 지지를 얻은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에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김 후보는 예상외로 한동훈·홍준표 후보와 함께 3강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는 김 후보가 일찌감치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는 물론 출마 가능성조차 일축하던 홍 후보는 지난 23일 그간의 입장을 뒤집고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의 길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홍 후보 캠프는 경선에서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튿날부터 이틀에 걸쳐 선거인단에게 홍 후보의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 의지를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할 것"이라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같다"고 했고, 안철수 후보도 "한 대행이 출마한다면 빅텐트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일제히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정권 연장을 희망하는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팽팽한 3파전 양상의 안갯속 경선 구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바라는 표심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현재 경선이 워낙 치열해서 약간의 표도 결선 진출자를 바꿀 수 있다"며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원하는 사람이 크건 적건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선을 떠나 본선을 고려해도 빅텐트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양자 및 3자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과반에 머무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는 상황에선 '반명(반이재명)표'를 다 끌어모아야 승리를 내다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선으로 1단 추진을 해도 궤도에 못 오르니 단일화로 2단 추진을 통해 이 후보와 겨뤄보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벌써부터 이준석 후보,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를 위한 내각 공동 구성 협상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총리직은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다만 빅텐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우선 이재명 후보가 대세론을 굳혀 반명 표를 모두 끌어모아도 승리할 수 없는 구도가 굳어지면 연대 필요성이 줄어든다.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 이상에서 머무르면 이 후보가 연대 대신 차기를 염두에 두고 완주할 것이란 전망도 높다.
계엄과 탄핵에 대한 국민의힘의 명확한 반대 입장이 빅텐트의 전제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계엄과 탄핵에 대한 모호한 입장이 당 바깥의 인사들이 합류를 꺼리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재선 의원은 "후보 선출 직후 당 후보는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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