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묵 교수 "의회주의 복원이 시대정신…대립 악순환 끊어내야"
[3040, 차기 정부에 바란다]⑫…이재묵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
"한국 정치, 절반은 법원 절반은 거리로…사회통합 최우선 과제"
- 임세원 기자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49)는 대한민국 정치가 극도로 양극화되면서 정치가 마비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진행한 '3040, 차기 정부에 바란다' 인터뷰에서 "정치가 양극화되고, 상대 진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여의도가 멈춰있다"며 "차기 정부는 갈등 해소와 사회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하는데 진영의 양극화 속에 정치가 마비되면서 '정치의 사법화'가 반복되고 있다"며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고, 정치적 책임은 국민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치의 양축을 이루는 양당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대해선 "영남 의존을 넘어서 수도권과 20·30세대,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에는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지 말고 상생적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 정치는 절반은 법원으로, 절반은 거리로 넘어갔다"며 "의회주의를 복원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 차기 정부가 반드시 피해야 할 점과 추진해야 할 과제는
▶ 적대와 대립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한국은 세 명의 대통령이 탄핵을 겪었고, 두 명은 법원 판결로 탄핵이 확정됐다. 정치적 문제를 정치로 풀지 못하고 사법화한 결과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했다. 차기 정부는 정치적 갈등을 넘어 사회 통합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중장기적 비전 없이 단기적 인기나 성과에 집착하는 포퓰리즘도 지양해야 한다.
- 국민의힘이 꼭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 국민의힘은 영남 의존에서 벗어나 수도권과 20·30세대,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당원과 의원 과반이 영남 출신인데, 이런 기조가 지속되면 지역 정당으로 축소될 수 있다. 복지 정책 등 외연 확장형 정책을 바탕으로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중도층에 소구해야 한다.
-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 민주당은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국민 통합에 힘써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더 이상 소수 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상대를 극우로 몰기보다 상생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공존을 고민해야 한다.
-선거대책위원회 인재 영입을 통한 '통합' 시도는 어떻게 보나
▶ 정당은 외부 인사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정치는 전문 영역으로, 의회 경험 등 민주적 학습이 필요하다. 바깥 인기만 보고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정치를 '뷰티 콘테스트'로 만드는 일이다. 검증되고 학습된 사람이 정치에 진출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 차기 정부는 당정 관계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가
▶ 당은 당이고 정부는 정부라는 인식을 확실히 해야 한다. 집권 여당이라도 정부를 무조건 옹호할 것이 아니라 입법부 일원으로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천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지도부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구조에서는 건강한 당정 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
- 정권 교체 때마다 불거지는 '정치보복' 논란의 해법은
▶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 명백한 권력 남용 등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정치적 사안을 무조건 사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 책임은 국민이 판단해야 하며, 특정 인물을 타깃으로 삼는 것은 정치 양극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양극화가 심화했다.
▶ 승자독식 구조를 가진 대통령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 논쟁보다 정당 정치의 제도화가 우선이다. 정당 내부 민주화와 비례성 강화, 지방 분권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
- 양당 대선 경선 과정과 이재명 후보 압도적 지지율을 평가한다면
▶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양당 대립은 격화되고 내부는 동질화됐다. 건강한 경쟁에는 긴장이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 경선은 추인 절차처럼 진행돼 아쉬웠다. 국민의힘 경선은 정책 경쟁 없이 인신공격과 윤석열 전 대통령 충성 경쟁으로 흐르며 중도층 확장에 실패했다.
- 제21대 대선의 시대정신은
▶ 분열과 불신, 민주주의 위기를 복원하는 것이다. 공동체 회복과 의회주의 복원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 현재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 정치가 절반은 법원으로, 절반은 거리로 넘어갔다.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정치의 사법화와 거리정치가 심화했다. 의회주의 복원이 시급하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978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과 동서문제연구원에서 박사 후 연구원, 전문연구원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치 양극화와 민주주의에 관한 다양한 논문을 출간하였으며, 최근에는 저출산 고령화와 지역소멸 등의 문제를 정치학적 시각에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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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1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3040세대(30~40대) 교수와 전문가를 릴레이 인터뷰한다. 정치·외교안보·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소장(少狀) 학자들의 생각을 담았다. 현장과 소통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조기 대선에 임하는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