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국민의힘이 대선을 24일 앞둔 10일 새벽 사상 초유의 당 대선 후보 교체라는 칼을 빼 들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김문수 후보가 반발하며 한덕수 후보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함에 따라 법원이 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를 당의 대선 후보로 교체한 것은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불과 7일 만이다. 9일 밤 김 후보와 한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당 지도부 주도로 사실상 강제 후보 교체 절차를 밟은 것이다.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 후보자 취소 가처분 신청을 내며 즉각 반발했다. 당내에서도 향후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새벽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김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다시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해 오전 3시부터 1시간 동안 등록을 받았다. 여기엔 직전에 입당한 한덕수 후보만 등록했다.

한 후보에 대한 전 당원 찬반 투표에서 찬성이 과반이면 11일 전국위원회에서 한 후보가 새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

이에 앞서 9일 밤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선 후보 교체 권한을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위임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표 금지 결정으로 공개는 못 하지만 앞서 전 당원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 지지율이 김 후보보다 앞선 것이 결정 배경이 됐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김 후보의 자격 취소와 관련해 "신속한 단일화 주장으로 국민과 당원의 지지 얻어놓고 막상 후보가 되자 시간 끌며 사실상 단일화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문수 후보에게는 단일화는 후보가 되기 위한 술책일 뿐"이라며 "김 후보는 지도부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과 거짓말을 반복하며 갈등을 일으켰다"고 직격했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일련의 과정을 "불법적이고 부당하다"며 "법적, 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했다.

SNS 등에서 당내 비판도 제기됐다. 안철수 의원은 "21세기 대명천지에 비상계엄과 대선후보 교체 쿠데타로 당을 폭망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도부를 성토했다. 조경태 의원은 "특정 세력 원내 다수의 힘을 바탕으로 한 무력 찬탈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 밖 비판도 나온다.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도 대표나 후보 내쫓기로는 이제 전과 4범"이라며 "이쯤 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를 밀어주기로 밀약이라도 한 것 아닌지 궁금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빅텐트 대상으로 꼽는 주자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선대위 대변인은 "막장에 막장을 잇는 사기 경선 극이 대선후보를 '내란 대행'에게 상납하는 결말로 끝났다"며 "국민의힘은 대선 포기 선언하고 자진해산하라"고 직격했다.

파장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김 후보가 불복하면서 경우에 따라 국민의힘 후보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 당원 투표에서 한 후보가 과반 찬성을 얻으면 권영세 비대위원장 직인을 받아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등록하게 되는데, 김 후보 측은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며 후보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다.

앞서 김 후보 측이 후보 교체를 막기 위해 법원에 낸 대통령 후보자 지위 인정, 전당대회·전국위원회 개최 중단 가처분 신청은 모두 기각돼 김 후보에게 상황이 유리하진 않다.

그러나 김 후보의 추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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