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하면서 대선 후보 배우자들도 활동 폭을 넓히며 힘을 보태고 있다.

윤석열 정부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김건희 여사의 각종 논란으로 후보 배우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심판하는 국민의 기준이 높아진 탓에 '영부인 역할'을 의식하며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인 설난영 여사는 눈에 띄지 않지만 분주하게 현장을 다니며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서고 있다.

먼저 이 후보 곁에서 선거를 치러본 김 여사는 이번 대선에선 종교계 인사를 만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전 선거에선 이 후보와 공개 석상에서 같이 흔하게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번엔 언론과 거리를 두며 눈에 띄지 않는 행보를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 여사는 지난 15일 경북 경주 불국사를 찾아 총무국장인 정수스님 등을 예방했다. 대선 경선 때도 경남 양산 통도사, 부산 금정구 범어사, 충남 예산군 수덕사, 서울 은평구 진관사 등 전국 각지 사찰을 찾았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을 전후로는 대전교구청 김종구 주교, 서울대교구청 정순택 서울대교구장을 예방하기도 했다.

봉사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김 여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45주기를 앞두고 지난 14일에는 빛고을노인건강타운 구내식당에서, 이틀 후에도 광주 효령 노인복지타운에서 배식 봉사를 했다. 김 여사는 광주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5·18 유가족과 비공개 면담을 하기도 했다.

김 여사의 활동은 대선 전까지 조심스럽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 후보와 동행하는 일정 역시 아직 계획된 것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배우자 역할이 과하면 자칫 반감을 살 수 있다"며 "조용히 비공개를 원칙으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와 같은 노동운동가 출신인 설 여사 역시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다만 정을호·백승아 민주당 의원이 김 여사를 보좌하는 반면, 설 여사는 현직 의원을 곁에 두지 않은 채 실무진도 최소화하고 있다.

또 김 여사와 달리 언론 인터뷰를 소화하고 유튜브 및 방송 등에도 출연하는 등 단독 행보도 보이고 있다. 16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한 설 여사는 손가락으로 'V(브이)' 표시를 하며 "예쁘게 봐달라. 기호 2번 김문수 잘 부탁한다"면서 친근함을 표했다.

대선 약 2주가량 앞두고 뒤늦게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는 이 후보보다 지지율도 밀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설 여사는 튀지 않게 내조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이다.

설 여사는 14일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열린 호남미래포럼 조찬 모임에 초청을 받아 참석해 김 후보의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이번 주말까지 수도권 각지를 돌며 인사를 다닐 예정이다. 김 후보가 정책과 메시지, 유세에 집중하는 동안 설 여사는 유권자와 접촉면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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