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같은 감방' 열사 묘역서 눈물…5·18 헌법 게재 공약(종합)
"오월 뜨겁게 아파했던 저, '지금 민주주의' 묻고 싶다" 눈시울
전주서 '2036 하계 올림픽 유치 총력' 약속…택시업계 공약도
- 박기현 기자
(서울·광주·전주=뉴스1) 박기현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호남을 찾아 과거 '민주 투사' 경력을 부각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에 위치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했다.
짙은 회색 정장과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한 그는 방명록에 '오월 광주 피로 쓴 민주주의'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인 윤상원 열사의 묘역과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옥중에서 단식 투쟁으로 사망한 박관현 열사의 묘역을 참배했다.
김 후보는 박 열사와의 인연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박 열사는 1982년 4월 신군부에 의해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체포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으나 50일 간 단식 투쟁을 이어가다 사망했다. 김 후보는 1986년 직선제 개헌 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후 전국 교도소를 전전하다 1988년 박 열사가 갇힌 방에서 10개월 간 옥살이를 한 바 있다.
김 후보는 당시를 회상하며 "광주교도소에서 박관현 열사가 죽은 뒤 제가 들어가서 그 방에서 1년을 생활했다"며 "5월을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 아픈 추억이 떠오른다"고 울음을 삼켰다.
이날 참배에는 김용태·김기현·안철수·양향자·이정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박대출 사무총장, 인요한 호남특별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참배를 마쳤다.
이후 김 후보는 옛 광주교도소 터를 찾아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김 후보는 "교도관이 독방에 집어넣으면서 하는 얘기가 '야 여기가 박관현이 죽어나간 데니 정신 똑바로 하라'고 했다"며 "광주에 오면 매년 박관현 묘소를 참배하는데 누님이 아직 살아계신다. 누님이 동생을 생각하며 계속 우는데, 아픈 추억이 너무 많다"고 울먹였다.
김 후보는 수감 생활하며 국화를 키우는 노역을 했다며 "매일 국화 키우고 꽃을 키우는 게 힘들었지만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단 나았다"며 "아직도 국화 꽃을 보면…"이라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를 열고 "오월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서, 오월을 뜨겁게 아파했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묻고 싶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저는 1980년 5월 희생자 중에 한 사람"이라며 "그러나 저는 그것을 희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바로 그 밑거름이 되는 저의 아픔이었고 우리 시대의 아픔"이라고 눈물을 훔쳤다.
이어 "영령들의 희생을 생각하면 우리는 정치를 똑바로 해야 한다"며 "정치가 부패하고, 거짓말시키고 도둑질하고 독재하는 그런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 광주 5·18의 명령"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의 31번의 탄핵 시도를 겨냥해 "대통령 탄핵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게 민주주의냐"라며 "정말 묻고 싶다. 이 나라 대한민국의 오월의 희생이 이런 민주당, 이런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냐"고 외쳤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승리, 광주 오월 정신 승리를 향해서 모든 것을 다 바쳐 싸울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에 발맞춰 이날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제주 4.3사건 유족을 위한 의료 및 복지시스템을 확충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오후 전북 전주 전동성당 앞으로 이동해 각종 공약을 발표하며 "전북의 꿈은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외쳤다.
김 후보는 "2036년 하계 올림픽 반드시 유치되게 총력을 기울여 지원하겠다"며 "뜨거운 열정이 있는 전북이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또 "제가 방에 있을 때도 새만금 지도를 본다. 이곳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꿈을 실현할 위대한 땅"이라며 "전부 매립하면 1억 평이 넘는다. 세계 어디에 바다와 육지를 낀 땅이 어딨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만금에 세계적으로 좋은 기업이 올 수 있도록 과감하게 국가적 지원과 세금을 깎고 땅값을 싸게 공급하고, 인력을 공급하는 '삼박자 지원'을 통해서 새만금을 빠른 시일 내에 세계적 꿈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김 후보는 전주에 위치한 전북개인택시조합 사무실을 찾아 하늘색 택시운전사 복장으로 갈아입고 개인택시 기사들의 민원을 청취했다. 그는 과거 경기지사 시절 직접 택시 면허증을 취득하고 택시 기사 일을 체험한 적이 있다.
이들로부터 정책 건의서를 전달받은 김 후보는 "(개인택시는) 당국의 많은 규제 속에 애를 많이 먹는다"며 "무리한 요구는 거의 없으니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최대한 잘 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역대 대통령 중에 저만큼 택시 많이 해본 사람은 없겠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택시 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김 후보는 전북 김제로 이동해 새만금 개발 현장 방문을 끝으로 이날 일정을 마쳤다. 김 후보는 이날 저녁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전야제와 다음날 기념식에는 불참한다.
김 후보 측은 오는 18일이 첫 대선후보 TV토론인 만큼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현장 일정을 비워뒀다고 설명했다.
masterki@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