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유세 다음날 영화관 간 尹…'계엄의 기억' 소환 국힘 '비상'
비윤계 친윤계 일각선 "尹, 이재명 선대위원장이냐"
당 지도부도 예고 없는 등장에 곤혹…민주 공세 빌미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6·3 대통령 선거를 불과 13일 앞두고 부정선거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공개 관람하면서 계엄의 정당성을 환기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다. 비윤(非윤석열)계와 친한(親한동훈)계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어렵게 구축하던 '원팀' 기조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 동대문구 한 극장에서 이영돈 PD와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지난 4월 4일 파면 이후 첫 공개 행보다. 윤 전 대통령은 뉴스1과 만나 영화 시청 소감을 묻는 질문에 "좋았어요"라고 답했다.
비윤계와 친한계에선 "윤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총괄선대위원장을 자처한 것 같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 지도부도 예고 없는 윤 전 대통령의 행보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 원내 관계자는 "지금 선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이슈를 만든다는 게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후보 교체 파동 이후 간신히 정비한 '원팀 선대위'의 균열 가능성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설득하기 위해 하와이로 특사단을 보내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는 물밑 접촉을 이어가며, 한동훈 전 대표가 독자 유세에 나선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 등장하며 선거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친한계에선 한 전 대표가 유세를 시작한 바로 다음 날 윤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김 후보를 지원할 명분 자체가 사라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예정된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영부인에 대한 투명한 검증 △영부인이 공적 역할과 책임을 가지기 위한 관련 법안 추진 △대통령 및 친인척·주변인에 대한 감시·감찰 제도 개선 추진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진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관련 질문에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언급했다.
경기 고양에서 청년 농업인들과 모내기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영화를 보는 것까지 제가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영화도 많이 보시고 사람도 많이 보시는 게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영남권 의원은 "계엄 사태 이후 마음이 떠난 중도층이나 합리적 보수가 얼마나 비판하겠느냐"며 "김 후보가 이쯤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분명히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더 냉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이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준석 후보는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 "전혀 달라진 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단일화 논의가 오히려 표심 결집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 사진을 공유하며 점 세 개(…)만 남겼다. 냉소적 반응으로 해석된다. 한민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가 있어야 할 곳은 영화관이나 거리가 아니라 감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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