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월세 60만원 '돌파'…"12월 재학생 싹 쓸고, 2월 고점" [르포]
50만원 이하 지하방·주변 거주 포기 장거리 통학 등
등록금도 올라… 학부모·학생 '이중고'에 한숨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지금 방이 거의 없을걸요. 이미 한 달 전에 다 나갔죠. 재학생들은 12월부터 쓸어가고, 신입생 중에 기숙사에 입실하지 못한 학생들이 2월에 방을 구하는데 그때가 고점이에요. 비싼 가격 감수하고 계약하는 거죠." (성균관대 인근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6일 서울 종로구 원룸촌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게 월 50만 원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을 찾자 "지금은 방이 거의 없어 반지하를 고려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고물가에 월세까지 덩달아 뛰면서 대학생의 주거 부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날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괜찮은 곳을 구하려면 70만 원은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의 1월 원룸 시세를 분석한 결과,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월세는 60만 9000원, 평균 관리비는 7만 8000원이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 월세는 57만 4000원에서 6.1%, 관리비는 7만 2000원에서 8.1% 오른 것이다.
이날 확인한 대학가의 원룸 월세는 60만 원을 훌쩍 넘었다. 방 상태와 위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준공된 지 5년 이내 신축 건물의 월세는 70만 원 이상이었다.
달마다 80만 원을 지불한다는 김 모 씨(여·21)는 "70만 원 이상은 줘야 좋은 컨디션의 신축 원룸에서 생활할 수 있다"며 "부담되긴 하지만 깨끗하고 안전한 집에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해 (80만 원 원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비싼 월세에 자취를 포기하고 장거리 통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분당에서 통학하는 김 모 씨(21)는 "평균 월세 50만 원 정도의 예산을 잡고 학교 일대를 전부 돌았지만, 마음에 드는 매물이 하나도 없었다"며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방은 이게 방인가 싶을 정도로 처참했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들은 눈을 낮추고 50만 원 이하의 원룸을 찾아 나섰다. 다만 방의 크기나 상태는 학생들의 주거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월세 50만 원 방에 산다는 박 모 씨(21·여)는 "좋은 데서 살려면 80만 원은 줘야 하는데, 그냥 '잠만 자면 된다'는 생각에 방을 구했다"고 얘기했다.
학교 인근에서 자취하는 정 모 씨(23)는 "원래 월세 50만 원 방에 살다가 벌레가 너무 많이 나와 지난달 월세 75만 원 방으로 옮겼다"며 "월세가 부담되긴 하지만 사람답게 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시름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학부모 입장에선 최근 인상된 등록금과 더불어 월세 문제까지 이중고를 떠안은 셈이다.
이날 자녀와 함께 자취방을 구하러 온 학부모 50대 심 모 씨(여)는 "너무 뒤늦게 방을 구한 것도 맞지만, 시기를 고려해도 너무 가격이 비싸다"며 "생각했던 것 보다 예산을 올려 방을 구해야 할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집주인도 최근 물가 상승으로 대출이자, 관리비 등이 늘어나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이날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만난 한 집주인은 "이 동네 정도면 많이 오른 것도 아니고 오히려 학생들 입장을 생각해 월세를 최대한 올리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사기를 두려워해 학생들이 전세 매물을 찾지도 않고, 집주인들도 보증보험 요건을 맞추는 걸 꺼리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며 "월세 수요가 많으니 집주인 입장에선 가격을 올릴 수 있을 때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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