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미분양·유동성 위기…건설업계, '4월 위기설' 현실화
원·달러 환율 1460원대 돌파, 공사비 폭탄 직면
악성 미분양 19개월 연속 증가…"건설사 재무 부담 가중"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린 고환율, 부동산 경기 침체, 그리고 미분양 주택 증가로 인해 국내 건설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중견 건설사들의 잇따른 법정관리 신청으로,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7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3월 동안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업체는 총 160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34곳) 대비 12% 증가한 수치로, 2020년 1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하루 평균 1.8곳의 건설사가 문을 닫은 셈이며, 전문건설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폐업 건수는 630건을 넘어선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37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31건) △인천(13건) △전북(10건) △제주(10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폐업 사유는 대부분 '사업 포기'였으며, 이는 건설업 전반의 업황 축소와 공사 수주 물량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환율도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9원 급등한 1462.0원에 개장했으며, 장중에는 1471원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현재도 1469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수입 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건설업계는 공사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목재나 석제품을 제외하면 완제품의 수입 비중은 크지 않지만, 건설자재의 원재료는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특히 수입자재는 연간 또는 반기 단위 계약이 많아 환율 상승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공사비 압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심각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 61가구로 집계됐다. 준공 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주택은 2만 3722가구로 전월 대비 3.7% 증가해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그중 약 80%(1만 9179가구)가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까지 겹치면서 업계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PF 부실로 인한 자금 경색과 미분양 증가가 신규 프로젝트 착수를 가로막고, 이는 다시 시장 침체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중소형 건설사뿐 아니라 일부 대형 건설사마저 안전지대가 아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속한 기업들조차 높은 부채비율로 인해 재무적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안정화와 금리 인하 등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고환율이 지속되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경기 둔화가 가속화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민간 건축시장을 중심으로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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