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대형 건설사 '독식'…중견사 설 자리 없다
'래미안·디에이치' 브랜드 앞세운 대형사, 조합 표심 장악
중견 건설사 "서울 사업 진입 자체가 어려운 현실"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서울 주요 지역 주택 정비사업에서 대형 건설사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속 주요 건설사들이 서울 내 알짜 사업에 집중하면서, 경쟁에서 밀린 중견 건설사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 지난달 27일 2709억 원 규모의 서울 광진구 광나루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올해 수주 실적 5조 원을 돌파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재개발(1조 5695억 원) △신반포4차 재건축(1조 310억 원) △장위8구역 공공 재개발 (1조 1945억 원) 등 조(兆) 단위 사업들을 연이어 수주하며 서울 핵심 입지의 사업장 시공권을 획득했다.
삼성물산의 올해 도시정비 사업 수주액은 5조 213억 원으로, 연간 목표치였던 5조 원을 불과 4개월 만에 초과 달성했다.
GS건설(006360)도 이에 질세라 서울 중화5구역 공공재개발(6498억 원), 서울 관악구 봉천14구역 재개발(6275억 원) 등 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따냈다. 지난달 17일에는 서울 송파구 삼환가락아파트 주택재건축사업을 확보하며 올해 첫 강남 3구 정비사업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롯데건설도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 재개발(3522억 원), 서울 노원구 상계5구역 재개발(4257억 원)의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송파구 가락1차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도 유력한 상황이다.
DL이앤씨(375500)는 한남뉴타운 일부 구역인 한남5구역 재개발 시공권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HDC현대산업개발(294870)과 포스코이앤씨는 용산정비창전면 제1구역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서울 주요 지역의 주택정비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 파워는 조합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래미안', '디에이치'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사는 차별화된 설계와 커뮤니티 시설 등을 무기로 빠르게 수주 실적을 채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2조 원 규모의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시공사 선정 당시 두산건설은 포스코이앤씨보다 3.3㎡당 공사비를 약 50만 원 낮게 제안하며 수주 의지를 보였지만, 조합원들은 규모와 시공 경험을 앞세운 포스코이앤씨를 선택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서울 사업에 참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여건이 매우 어렵다"며 "이제는 대형 건설사들이 중형 규모 사업장까지 눈독을 들이기 때문에 중견사 입장에서는 더욱 설 자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드는 대형 사업장은 손해일 수 있다"며 "최근에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틈새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gerrad@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