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넘어 이물질까지…건설사, 스타트업 기술로 '현장 혁신'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스타트업 발굴·실증 지원
건설업 "경기 침체 속 효율적 신기술 발굴 전략"
- 오현주 기자
#. 50대 직장인 A 씨는 혼자 지내는 80대 어머니의 건강이 늘 걱정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한 시니어타운에서는 고령층의 행동을 분석해 사고 위험을 예측하는 기술이 시범 적용됐다. CC(폐쇄회로)TV 영상을 통해 시니어 주민들의 이상 행동을 파악하는 것이 특징이다. 알고 보니 이 기술은 지난해 삼성물산이 발굴한 스타트업 '플레이 태그'가 개발한 것이다.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신기술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건설경기 불황으로 대대적인 기술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망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반대로 스타트업은 자체 기술을 실제 시장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이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 현대건설(000720),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003340)는 현재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협업)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발굴하려는 스타트업 분야는 다양하다. 삼성물산은 스마트 주택기술, 시니어 서비스, 에듀테크 등 주거 전반에 걸친 다양한 테크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건설사들이 발굴한 스타트업 기술은 실증 과정을 거쳐 실제 현장에 적용됐다.
지난해 삼성물산 오픈이노베이션 공모전 '퓨처스케이프'에서 선정된 스타트업 '플레이태그'는 시니어타운 단지인 삼성 노블카운티에 적용됐다. 입주민 동의를 얻어 설치된 3D(3차원) 카메라는 입주민들의 행동을 모니터링한 뒤 이상 상황을 파악한다.
리본케어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조기경보 시스템(EWS·Early Warning System)도 삼성 노블카운티에 활용됐다. 이 시스템은 집안 곳곳에 배치된 IoT 센서를 통해 거주민들의 신체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사고 발생 시 즉시 알림을 제공한다.
현대건설은 아파트 놀이터에 친환경 자재 스타트업의 기술을 활용했다. 제이치글로벌과 협업하여, 한여름날 놀이터 바닥 온도가 올라가더라도 표면 온도를 낮추는 신소재를 적용했다.
지난해에는 로봇 스타트업 모빈과 협력해 단독형 타운하우스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입주민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로봇 배송을 진행했다. 또한 최근에는 슬립테크(수면기술) 기업 '에이슬립'과 함께 스마트 숙면 주거 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점차 확대하는 SK에코플랜트도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자체 공모전을 통해 반도체 장비 업체 '투인테크'와 실내 측위 플랫폼 스타트업 '티제이랩스'를 발굴했다. 특히 '투인테크'는 공기에 파장을 줘 반도체 표면 미세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이 기술은 향후 SK에코플랜트가 건설하는 반도체 공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최근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깔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에서 건설업 불황으로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스타트업과 협력해 기술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 머물고 있는 스타트업에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 건설사들은 일찌감치 스타트업과 손을 잡았다. 프랑스 3대 건설사 부이그는 2019년 노르웨이 AI 도시설계 스타트업 '스페이크 메이커'와 협업해 건축설계 시뮬레이션 시간을 단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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