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속도만 내건 가덕도신공항, 조기개항이 능사인가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부산 가덕도신공항이 2029년 12월 조기 개항 목표 아래 '속도전'에 몰리고 있다. 정부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7년 완공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작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설계 재검토 결과에 따르면 최소 9년(108개월)의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25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분석이다. 단단하지 않은 연약지반 위에 무리하게 구조물을 올릴 경우 침하나 균열, 구조물 파손 등 중대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공기 단축은 단순한 일정 관리의 문제를 넘어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다.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수립 용역 보고서'조차 2029년 말 개항을 목표로 한 공기 단축이 무리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종합시운전이 끝나기도 전에 일부 구역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등 완공 전 '부분 개항'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무리한 일정 단축의 부담이 고스란히 시공사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울릉공항 건설 현장에서는 과도한 공정 압박과 지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작업이 겹치며 토사 붕괴 사고가 발생했고, 이는 결국 중대재해로 이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안전 확보 의무를 소홀히하면 경영책임자와 시공사 모두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다. 동남권 관문공항이자 대한민국 하늘길의 안전을 책임질 국가적 인프라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 표심에만 매몰돼 '속도'만 강조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현장 노동자, 그리고 기업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사 기간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철저한 지반 안정화, 국제 기준에 적합한 시공, 충분한 안전 점검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품질과 안전을 모두 갖춘 '제대로 된 공항'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의 토대이자 국민 신뢰의 시작점이다. 가덕도신공항이 졸속 추진의 상징이 아닌 안전과 품질의 새로운 기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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