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안 합니다" 백기 든 건설사…서부선·GTX-B 줄줄이 '비상'
대형 건설사 투자 철회 잇따라…새 건설사 구하기 '난항'
공사비 낮고 계약 조건도 불리…공공 발주 공사 '기피'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대형 건설사들의 공공 발주 공사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교통 인프라인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GTX)-B노선, 서부선 등 민자사업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는 건설사가 잇따르고 이를 대체할 건설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TX-B 사업을 맡은 대우건설(047040) 컨소시엄 중 지분 4.5%를 보유한 DL이앤씨(375500)는 탈퇴하고, 현대건설(000720)도 지분 20% 중 절반 이상인 13%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를 인수할 건설사를 새로 찾아야 하는데 대보건설, 효성중공업 건설부문, HS화성 등 중견 건설사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말쯤 계약서를 체결한 뒤 이르면 6월에는 착공할 계획으로 지분 인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착공은 더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GTX-B 착공식을 열었으나 1년 넘게 실착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컨소시엄 주관사인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직 협의를 진행 중인 단계"라며 "이달 말까지는 계약 문제를 마무리 짓고, 6월 말부터는 착공에 들어간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서부선 경전철도 17년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와 관악구를 잇는 16.2㎞의 경전철인데 우선 협상 대상자인 두산건설(011160) 컨소시엄에 참여해 온 GS건설(006360)과 현대엔지니어링(064540)이 빠진 이후 대체할 건설사를 찾지 못해 표류 중이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 총사업비가 기존 계획보다 642억 원 늘어난 1조 5783억 원이 됐지만 여전히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건설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시협약 체결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주관사인 두산건설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투자 건설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선뜻 들어오는 건설사가 없다"며 "공사비가 일부 인상됐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사업성이 낮다고 본다"고 전했다.
주요 건설사들의 공공 발주 공사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관급 공사의 공사비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 하는 데다, 연차공사(연도별 예산에 따라 매년 분할 발주되는 공공공사) 계약이 건설사들에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차공사는 최초 계약 때 단가로 수년간 공사를 수행하는 구조로, 물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손해가 크다. 특히 공사비 인상 기준을 '소비자 물가 지수'를 근거로 하며, 건설 공사비 지수와는 격차가 벌어져 수익성이 낮다.
공기(工期) 단축 요구에 따른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 위험이 상당하고, 개통 후 수요 예측에 실패할 경우 손실도 민간사업자가 다 떠안게 되다보니 건설사들이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건설사 임원은 "공공 발주 공사를 진행하면 손해를 떠안게 되는 실정이라 많은 건설사들이 공공 발주 공사를 기피하고 있다"며 "공사비 현실화와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oo5683@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