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金 부동산 공약, 겉으론 비슷…속으론 '재초환'이 갈랐다
[6·3 대선 공약 점검]⑰ 공급 확대 한목소리, 방법론은 '충돌'
재초환·세제, 유지냐 완화냐…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 최대 변수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예년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그러나 집값 안정은 국민 삶과 직결된 핵심 과제인 만큼, 후보들의 정책 방향과 그 파급 효과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특히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라는 큰 틀 속에서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라는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갈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공성 강화와 제도 유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민간 활력과 규제 철폐, 세제 완화를 앞세운다.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의 향방은 이 '재초환'의 운명에 달렸다고 평가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수도권 4기 신도시 조성, 1기 신도시 재정비, 청년·신혼부부 맞춤형 공공주택 확대 등 공공 주도의 대규모 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임기 내 25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서울 노후 도심 재개발과 재건축에도 공공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문수 후보는 민간 활력 중심의 공급 확대에 방점을 둔다. '한국형 화이트존'(무규제 지역) 도입, 재개발·재건축 권한의 기초지자체 이양, 청년·신혼부부 대상 연 20만 가구 공급, 반값 월세존 조성 등 민간 자율에 기반한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공급 확대라는 방향성은 같지만, 공공 중심이냐 민간 중심이냐는 점에서 접근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두 후보 간 정책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바로 '재초환'이다. 이재명 후보는 재초환의 '현상 유지'를 지지한다. 그는 "재건축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누리는 것은 사회 공공을 위해 환원돼야 한다"며 재초환의 취지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재초환 부담금 면제 기준이 8000만 원까지 상향돼 일부 완화됐지만, 제도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재초환 '폐지'를 강하게 주장한다. 김 후보는 "재초환은 민간 정비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제도 폐지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도심 내 신규 주택 공급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초환이 유지되면 정비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결과적으로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재초환 부담금이 현실화된 이후, 조합원들의 반발로 정비사업이 둔화된 사례도 적지 않다.
반대로 폐지될 경우, 사업성 회복으로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동시에 투기 과열과 개발이익 사유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는 단기적으로 거래량 증가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도 또 하나의 중요한 차별점이다. 매수 심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슈인 만큼, 시장에서는 각 후보의 입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과거의 증세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며 '현상 유지'를 택했다. 이는 세제와 관련된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고, 중산층과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입장 변화로 인해 여야 간 세제 입장차는 과거보다 일부 좁혀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감세를 주요 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비수도권 주택 취득세 면제 등을 통해 민간 투자 심리를 살리고, 정비사업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세제 완화는 공급 확대 및 재건축 추진 속도와 직결돼 시장 전반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서울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하와 공급 부족, 정부 정책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공급 확대의 실효성과 시장 안정의 핵심 변수는 결국 '재초환'의 운명에 달려 있다.
공공성 강화와 신중한 제도 운영을 앞세운 이재명 후보, 민간 활력과 규제 철폐를 내세운 김문수 후보의 선택이 대선 이후 주택 시장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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