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집회에만 '거리두기 4단계' 적용…원주시 행정명령 위법"
공공운수노조원 4명,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1·2심 벌금형
대법 파기환송…"전면적 집회금지로 집회의 자유 제한돼"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코로나19 확산 당시 원주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 집회에만 4단계를 적용해 1인 시위 외 모든 집회를 금지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지회장인 A 씨와 사무장 B 씨, 회원 C 씨와 D 씨는 2021년 7월 30일 오후 12시 30분~2시 30분까지 건강보험공단 정문 앞 회전교차로에서 원주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3단계 격상 행정명령'을 위반하고 시위하거나 시위를 주최한 혐의를 받았다.
원주시는 2021년 7월 23일~8월 1일까지 1인 시위를 제외한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관할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생활임금 보장, 고객센터 직영화, 국민건강보험 공공성 강화'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 콜센터노조는 2021년 6월부터 비정규직 노조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공단 내 공용주차장과 공원녹지 부지에서 집회와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1심과 2심은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B 씨와 C 씨, D 씨에게 각각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원주시 행정명령이 위헌·위법해 무효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행정명령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목적 달성에 유효·적절하고, 가능한 한 최소 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수단의 도입에 따른 침해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을 능가해서는 안 된다"며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행정작용은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전제했다.
당시 원주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개편하면서 모임·행사가 아닌 집회에만 4단계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집회가 모임·행사와 달리 감염병 예방에 위협이 된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대법원은 "옥외집회는 비산하는 비말 농도가 낮고 충분한 거리두기가 용이해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실내 활동보다 덜하다"며 "실내에서 개최되는 50인 미만의 일반적인 행사나 축제 등은 허용하면서도 옥외 개최 집회에 대해서만 전면 금지를 명한 것은 비례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계별 수칙을 세분해 집회 장소, 시간, 규모, 방법 등을 제한하거나 참여자 간 간격 유지, 구호 제창 금지, 취식 금지 등 구체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집회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고도 짚었다.
그러면서 "그런 충분한 고려 없이 개별적·구체적 사정에 대한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고 원주시 전역에서의 모든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집회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해 법익의 균형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maum@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