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원체포 지시"…헌재 증거 채택한 진술조서 신빙성 놓고 공방
국회측 "체포대상자 진술 일치" …홍장원 진술 번복
조지호 조서엔 "尹 의원체포 지시"…尹측 "신뢰 못해"
-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주요인사 체포 지시 등 주요 쟁점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20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재차 출석한다. 헌재와 출석을 협의 중인 조지호 경찰청장까지 증인으로 나올 경우 치열한 진실 공방이 예상된다.
국회 측은 전날(18일) 9차 변론에서 "조 청장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 전 차장이 진술하는 체포대상자 명단과 상호 간 통화한 사실, 체포를 위해 위치 추적을 요청한 사실이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이 공개한 조 청장 진술조서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일 오후 10시 30~40분 사이 조 청장과 통화에서 메모해 달라며 '이재명·우원식·박찬대·정청래·김명수·권순일·김동현' 등 15명을 불러줬다. 여 전 사령관은 두 번째 통화에서 급한 톤으로 짧게 "한동훈 추가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체포 대상자가 총 16명이 됐다는 게 조 청장 진술이다.
여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체포대상자 14명 명단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14명 명단 대다수가 평소 윤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말하던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각각 어떤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지까지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여 전 사령관은 "워낙 자주 부정적 평가를 들었던 사람들이라 명단을 외우기가 어렵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홍 전 차장도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 명단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측은 여 전 사령관이 군검찰 조사에서 "당시 홍 전 차장이 '전화로 도와줄 게 없냐'고 묻자 (김용현 전) 장관이 말해준 명단을 전하고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여 전 사령관은 통화 내용에 대해 "홍 전 차장이 일반전화로 연락해 찜찜해서 통화 내용을 명확히 기억난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 전 차장은 특히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하기 10여분 전에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는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말했다고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에 적시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김용현 전 장관은 본 법정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바 없다고 했고, 여 전 사령관도 대통령한테 지시받을 위치가 아니며 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다"고 반박했다.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의 검찰 진술을 인용해 "체포명단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고, 체포조는 조를 편성하다 보니 나오게 된 말"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김대우 전 방첩사 단장의 진술을 언급하며 여 전 사령관이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3명에 집중하라"고 지시했을 뿐이고, 이를 김 전 단장이 부하들에게 "집중해서 체포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명령이 하달되면서 평소 체득된 매뉴얼에 따라 임무가 확대됐다"는 게 윤 대통령 측 주장이다.
윤 대통령 측은 또 홍 전 차장의 진술이 바뀐 점도 오는 20일 변론기일에서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차장은 전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체포명단을 작성한 장소가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가 아니라 국정원 본청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이었다고 진술을 정정했다.
그는 "어두운 관저 공터에서 메모지를 꺼내 적으려다가 일반폰으로 전화하고 있더라. 그래서 보안폰으로 하자고 해서 전화를 끊었다"며 "집무실에 들어가서 앉지도 못한 상태에서 여 전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했다. 명단을 전화를 든 상태에서 조급하게 메모지를 꺼내서 막 적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홍 전 차장이 헌재 증인으로 출석해 "(체포 명단을) 국정원장 관사 앞 공터에서 주머니에 있던 수첩에 받아 적었다"며 "사무실에 와서 보니 알아보기 어려워 보좌관을 불러 정서를 시켰다"고 설명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지점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도 여전히 쟁점이다.
국회 측이 전날 공개한 조 청장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6차례 전화해 "조 청장, 들어가는 의원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는 취지의 지시를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도 윤 대통령이 전화해 "4명씩 들어가면 1명씩 데리고 나올 수 있지 않냐"며 "문을 부수고라도 데리고 나와"라고 지시했다고 검찰 참고인 진술 및 군검찰 피의자 진술에서 일관되게 밝혔다고 한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역시 윤 대통령이 전화해 "아직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더불어민주당의 곽 전 사령관 회유 의혹을 제기하며 "곽 전 사령관의 법정과 국회 진술은 김병주·박범계 민주당 의원에 의해 오염된 상태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청장 진술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은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회 외곽에서 의원을 막지 않고 들여보낸 사실을 칭찬했고, 계엄이 끝난 후에도 김 전 청장 덕분에 국회가 빨리 계엄해제를 의결했고 계엄이 잘 끝났다고 칭찬하듯 전화했다"며 "대통령의 이런 전화 내용을 살펴보면 조 청장에게 갑자기 6회나 걸쳐 '의원들 체포해 끌어내'라고 지시했을 리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청장은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면 복명복창했을 것인데 어떤 내용도 복명복창하지 않고 6번 전화에 대해 예하 부대에 어떤 내용도 전파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여 전 사령관의 전화를 받고선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부하들한테 전파했는데,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는 아무런 지시하지 않았다는 건 조 청장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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