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티카지노

[탄핵 심판의 얼굴들]②헌재 달군 홍장원…'충심' 블랙요원→탄핵 '스모킹건'

국정원 최정예 요원으로 수십 년 근무…'계엄의 밤' 거침없이 증언
2차 진술에선 진술 일부 번복하고 신중한 모습 보이기도

편집자주 ...지난달 14일부터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25일 종료된다.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물론 16명 증인의 발언은 '계엄의 밤'을 재구성, 화제와 파장을 몰고 왔다. 헌법재판소에서 주목 받았던 인물들을 조명한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5.1.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지난 2월 4일 오후 6시 48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 남성이 들어섰다. 정장을 차려입고 왼손에는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는 90도로 허리를 숙여 재판정 오른쪽에 인사를 건넸다. 그의 시선 건너편에는 정갈하게 머리를 빗어 넘긴 또 다른 중년 남성이 앉아 있었다. 그는 법정에 들어온 남성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약 2주 뒤인 지난 20일, 두 남성은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남성은 여전히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지만, 맞은편 남성은 또다시 그를 외면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이야기다.

"간첩 잡으라는 이야기 나온 적 없다" …'계엄의 밤' 증언한 국정원 2인자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은 헌재에 출석하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 사흘 만인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장 면담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 줄 테니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4일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질의는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 대통령 발언의 '빈칸'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 측은 '싹 다 잡아들이라'는 말의 목적어가 '간첩'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김계리 변호사는 "대통령께서는 '국정원이 대공 수사권이 없으니 방첩사를 도와 간첩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간첩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말한 것을 "말뜻 그대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과 통화한 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전화하며 국군통수권자와의 통화 사실을 전했다. 그러자 여 사령관은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된다. 검거 지원을 요청한다"며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 등 체포 대상을 불러줬다고 한다. 홍 전 차장은 이들의 이름을 적다가 '미친 X'이라는 생각이 들어 메모를 멈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계속해서 홍 전 차장의 말을 끊었다. 답변이 끝나기 전에 끼어들어 '짧게 대답하라'며 압박했다.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가 말을 여러 번 끊자 홍 전 차장은 "변호사님 저 피의자로서 검찰 조사받습니까? 지금 증인입니다"라고 맞받기도 했다.

이어 김 변호사가 '미친 X'이라고 생각하고 왜 메모를 멈췄냐고 묻자 "변호사님 명단 한번 읽어보십시오. 어떤 느낌이 드나"라고 반문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2025.2.4/뉴스1

신빙성 때리기에 신중해진 홍장원…"尹 충심으로 모셨다"

홍 전 차장은 지난 20일 증인으로 또다시 출석했다. 법정에 다시 선 홍 전 차장은 다소 조심스러웠다. 1차 신문과는 달리 답변하기 전 망설이는 모습도 보였다. 목소리 톤도 한결 차분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질문에 5초쯤 망설이다가 답을 안 하기도 했다. 그는 첫 번째 증인신문 출석 당시엔 모든 질문에 답했다.

두 번째 신문의 핵심은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이 적힌 홍 전 차장 메모의 '신빙성'이었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그보다 앞선 탄핵 심판 8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사실관계가 다르다. 거짓이라 생각한다"며 "홍 전 차장의 메모와 증언의 신뢰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가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이 당시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메모를 썼다고 했지만 홍 전 차장은 당시 청사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 폐쇄회로(CC)TV로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이후 윤 대통령 측과 여당 의원들은 홍 전 차장 진술의 신빙성을 계속 공격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왼쪽)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5.1.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당일 재판에서도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메모를 남겼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최소한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가 체포하려 했던 명단이다. 그 명단 정도 인원은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억하기 위한 차원에서 (메모를) 남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굳이 (명단을) 기억할 이유가 있나. 다른 목적으로 작성한 것 같은데 그 목적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정보기관에서는 여러 가지 부분을 알려고 하는데 그 부분들이 나름대로 딴 의미가 있어서 그렇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홍 전 차장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말에는 "충심으로 모셨다"고 답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홍 전 차장에게 '국정원장을 제치고 1차장한테 전화했다는 게 조금 이상하고 통화 내용도 단도직입적이다. 증인과 대통령은 상대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잘 아는 사이였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잠시 망설이던 홍 전 차장은 "대통령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충심으로 모셨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그의 전 상관은 '격노'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1차장의 이 메모와 관련된 문제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저와 통화한 걸 가지고 대통령의 체포지시라는 것과 연결해서 바로 내란과 탄핵의 공작을 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표정을 찡그리고 주먹을 쥐며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두 번째 증인신문을 마친 홍 전 차장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당일 오후 7시 11분쯤 헌재 대심판정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늘은 얘기드릴 수가 없다. 왠지 마음이 많이 무겁다"라며 입을 뗐다.

윤 대통령에 관해 묻자 "지금은 관계가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한때 모셨던 윗분에 대해서 이렇게 쉽게 평가하고 싶지 않다. 여기까지만 하시죠"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하는 동안 '그만하겠다', '집에 가겠다'는 말을 4번 했다.

한 달 전, 홍 차장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 대통령 좋아했습니다. 시키는 거 다 하고 싶었습니다. 근데 명단을 보니까 그거는 안 되겠더라고요. 대한민국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2.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minjae@dqdt.shop

바오슬롯 프리미어카지노 소닉카지노 산타카지노 토르카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