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건의자' 김용현 체포부터 '우두머리' 尹 구속취소까지
[12·3 계엄 100일] 檢 '특수본' 공수처 '공조본' 꾸리고 수사 경쟁
'현직 대통령 최초' 구속 기소 41일 만에 석방…논란은 현재 진행형
- 정재민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심우정 검찰총장은 당일 밤 대검찰청 지휘부를 소집해 국회의 해제 결의안 통과에 따른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심 총장은 비상계엄 선포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5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관련 내란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계엄 건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후 12월 6일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2016년 '국정농단 의혹' 1기 특수본 이후 8년 만의 재출범이다.
수사는 김 전 장관의 자진 출석으로 급물살을 탔다. 특수본은 비상계엄 닷새 만인 12월 8일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고 윤 대통령은 다음 날 출국금지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가세했다. 공수처는 12월 8일 검경에 사건 이첩을 요청하며 자신들이 수사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계엄 수사 주체를 둔 수사기관 사이 갈등이 고조됐다.
검찰은 12월 8일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 1주일 만인 10일 사태 관련자 중 처음으로 구속됐다.
공수처는 검찰을 제외하고 경찰과 국방부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렸다.
이후 특수본과 공조본이 각각 윤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 피의자 조사를 받으라고 각각 통보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이에 중복수사 논란이 일었다.
결국 검찰은 12월 18일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내란죄와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공수처로 이첩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이어갔고 12월 27일 비상계엄 발생 3주 만에 김 전 장관을 처음으로 기소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3차례에 걸친 소환 요구에 불응하자 12월 30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서울서부지법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관할권 논란 속 모두 헌정사상 최초다.
이후 공조본의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됐지만 대통령경호처의 반발에 막혀 한 차례 불발됐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는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했지만 경찰의 반발에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후 공조본은 1월 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고 결국 윤 대통령은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묵비권을 행사했고 이날부터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머물렀다.
공수처는 이틀 뒤인 1월 17일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47일 만에 구속됐다.
하지만 이후 공수처의 윤 대통령 조사는 번번이 무산됐다. 강제 구인 조사는 윤 대통령의 지속적인 조사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 과정에선 윤 대통령의 병원 진료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강제구인에 나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웃지 못할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태 51일 만인 1월 23일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공수처엔 대통령 기소권이 없어 사건을 검찰로 넘겨 검찰이 윤 대통령 사건을 기소하는 절차를 밟도록 한 것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1월 23일과 25일 구속기간 연장 허가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공수처법상 검찰에 '보완 수사권'이 없다는 점을 들어 불허했다.
이에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별도 조사 없이 1월 26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비상계엄 선포 54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헌정사 초유의 '현직 대통령 최초'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하지만 검찰과 공수처를 향한 각종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 한 달 만에 인용을 결정하면서다.
재판부는 특히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했고 윤 대통령의 경우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법원에 수사 관계 서류가 있던 기간을 구속 기간에 불산입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한 △공수처법상 공수처의 수사범위에 내란죄는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 △공수처와 검찰청은 서로 독립된 수사기관인데 공수처와 검찰은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기간을 서로 협의해 나누어 사용한 점 △피고인 신병을 이전하면서도 신병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모두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고심 끝 이튿날인 8일 법원 판단에 대해 즉시항고 하지 않고 석방 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보내면서 윤 대통령은 체포 52일, 구속기소 41일 만에 석방됐다.
심 총장은 이에 대해 "수사팀 의견이 있었지만 적법절차에 따라 소신껏 판단했다"며 자신을 향한 야권의 사퇴, 탄핵 압박엔 "사퇴나 탄핵 사유는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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