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취소소송 첫 변론…의대생 "권리 침해" vs 정부 "각하"
정부 2026년도 증원 '0'명 확정…재판부 "청구취지 검토해달라"
-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의대생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 소송이 본격 시작됐다. 의대생 측은 정부의 증원 결정에 절차적·실체적 흠결이 있다며 증원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 측은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17일 의대생 449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입학정원 증원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을 열었다.
이날 의대생 측 법률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가 2020년 9월 4일 의정 합의를 위반했고,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적 위반이 있다"며 "실체적으로도 2000명씩 5년간 증원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12·3 비상계엄 이후 헌재 등을 통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의대 증원을 결정했다는 게 새로이 밝혀졌다"라고도 강조했다.
또 "소송 요건과 관련해 의대생은 원고 적격이 있다는 점이 가처분 사건에서 이미 정리가 됐다"며 "복지부 장관의 2000명 증원 발표도 행정처분이란 게 저희 원고들 주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대 교수 등이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소송 신청인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각하된 바 있다.
반면 정부 측은 복지부 장관의 증원 발표는 행정 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 자체가 각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원고들은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이 교육받을 권리가 형해화될 정도로 증원 규모가 현격하게 많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적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측은 "증원이 안 된 대학에 속하는 재학생들은 타 대학에 대한 증원 처분에 대해 어떤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어서 증원 처분 취소를 구하는 건지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대생 측은 2025년도 의대 증원이 이미 이뤄져 소송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 청구 취지를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증원분에 대해서만 처분 취소를 구하겠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날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생 모집 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정부 측에 그 의미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정부 측은 "알고 있는 바로는 정원을 감축·변경하는 것은 아니고 2026학년도에 한해 모집인원을 정하는 별개의 조치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의대생들 측은 "정원과 모집인원이 분리되느냐"고 되물었고, 재판부는 이에 대한 청구취지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의대생 1만3057명이 의대 증원 결정에 반발하며 낸 3건의 입학정원 증원 처분 취소소송 사건 중 2건의 변론이 진행됐다. 의대생들은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번 본안 소송의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해 5월 의료계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최종 기각하면서도 '의대생'들에게는 신청인 자격이 있다고 봤다. 의대 증원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진 소송전에서 당사자 적격이 인정된 사례는 처음이다.
2차 변론기일은 오는 5월 22일 열릴 예정이다.
cyma@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