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여사 도이치 재수사…7초 매도·BP패밀리 다른 진술 나올까
공범들 매도 계획 7초만에 김여사 계좌에서 주문
'김건희는 몰랐다' 관련자 진술 뒤집힐 가능성은
-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기소한 지 하루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하기로 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정치권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두 사건 모두 처리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차순길)는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7초 매도' 의혹 등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모해 2010년 1월~2011년 3월 증권계좌 6개를 위탁하거나 요청에 따라 매매하는 등 전주(錢主) 역할로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가 고발된 지 4년 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지만, 서울고검은 6개월이 지난 25일 재기수사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당시 김 여사와 관련된 주요 쟁점은 △7초 주문 △BP 패밀리 △'김건희만 빠진다' 편지 △전주(錢主) 손 모 씨와 혐의 차이 등이었다.
'7초 매도' 의혹은 주가조작 공범들이 매도를 요청하고 7초 만에 김 여사 계좌에서 매도 주문이 나왔다는 내용이다.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로 언급된다.
주가조작 혐의 유죄가 확정된 '주포' 김 모 씨는 지난 2010년 11월 1일 주가조작 선수 민 모 씨에게 "12시에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민 씨는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한다. 김 씨가 다시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문자를 보내고 7초 뒤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 주를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제출됐다.
수사팀은 지난해 10월 불기소 처분 사유를 설명하면서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으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받고 주문을 제출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이를 입증할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 여사는 지난해 7월 비공개로 진행된 대면 조사에서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권 전 회장과 통화하고 매매한 기억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2차 주포 김 모 씨도 '권 전 회장에게 저가에 물량을 달라'고 요청했고 김 여사 계좌에서 주문이 나온 경위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당시 수사팀은 설명했다.
수사팀은 이 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권 전 회장이 주가 관리 사실을 숨기고 김 여사에게 단순한 추천이나 권유로 매도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수사팀은 "상장사 대표가 선수를 동원해 시세조종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투자자(김 여사)가 생각하기 힘든 사정"이라고도 했다.
수사팀은 당시 2차 주포 김 씨 진술에서 나온 'BP패밀리'나 김 씨가 '김건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쓴 편지에 대해서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권 전 회장이 'BP패밀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며 권 전 회장과 김 여사,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이 모 씨, 김 모 씨 등이 포함돼 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특히 도피 중에 "김건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이는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정황들로 꼽힌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BP패밀리'로 언급된 인물들이 권 전 회장과 가깝고 상당한 재력이 있는 사람들인 것은 맞지만, 언급된 사람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BP'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수사팀은 김 씨의 편지도 "솔직히 저희도 잘 모르겠다"며 "수사받으며 불리한 형국에 처한 상황에서 자기 입장에서 소회를 풀어낸 것으로, (김 여사가) 관여한 증거라고 보긴 어렵다. 증거였다면 이걸 가지고 기소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전주 손 모 씨와 김 여사의 차이점도 야권에서 공격하는 지점이다. 검찰은 손 씨가 전문 투자자인 반면 김 여사는 주식 이해도가 낮은 일반 투자자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손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손해를 봤지만 김 여사는 이득을 봤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가 2009년 4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으로 얻은 수익은 약 23억 원으로 추정된다.
1차 주포였던 이정필 씨가 김 여사에게 입금한 4700만 원이 손실 보전용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팀은 "자신이 없다"고 했다.
수사팀은 "당시 수사팀도 확신이 있었던 게 아니라 (손해 본 금액과) 금액이 비슷하니까 손실 보상이 아니라 따진 것"이라며 "계산식 자체가 추궁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틀 느낌이 있다"고 했다. 이전 수사팀과 다른 판단을 내놓은 셈이다.
김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손실 보상을 약정한 적이 없고 손실 보상을 받은 적도 없다"며 "4700만 원, 그런 소액은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권 전 회장과 주포 등 관련자들은 '김 여사는 주가조작을 몰랐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수사팀도 이 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대법에서 주가조작 관련자들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만큼 주가조작 공범들의 진술이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술을 바꿀 경우 김 여사 무혐의 처분 결정도 뒤집힐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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